생태위기 극복의 조건

2020.09.01 03:00 입력 2020.09.01 03:02 수정

현재 코로자19의 신규 확진자 수는 248명(31일 0시 기준)이다. 지난 2월27일 909명의 정점 이후 두 번째 최고치였던 8월27일의 확진자 441명에 비하면 나흘 만에 200명 가까이 줄였다. 바이러스와 함께한 7개월여 동안 몇 가지 사실이 확실해졌다. 이 바이러스는 마치 인간과 게임을 하듯, 정부와 시민의 경각심이 높아지면 슬그머니 숨었다가, 약간만 풀어지면 즉각 발호한다. 아시아형, 유럽형의 이름이 붙을 만큼 시간과 장소에 따라 변형(진화)하고, 한번 걸려서 완치된 사람이 다시 감염되는 사례도 나타났다. 백신에 의한 항체도 재생산이 잘 안 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오는데, 이 바이러스는 모든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여름에도 기승을 부렸다.

정태인 독립연구자·경제학

정태인 독립연구자·경제학

다행히 바이러스 감염을 통제하는 요령도 뚜렷해졌다. 첫째, 마스크 쓰기와 물리적 거리 두기 등 시민의 자발적 협력은 바이러스 통제에 필수적이다. 둘째, 국가의 강력한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 중국과 같은 강력한 사회통제에 의해서든, 아니면 한국과 같이 시민사회의 협력이 큰 비중을 차지하든 국가의 방침이 제대로 실천되어야 한다. 셋째, 정보와 지식이 확실하지 않을 때는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는 쪽을 택해야 한다. 넷째, 방역 인프라를 갖추고 반복 연습을 한 쪽이 훨씬 더 나은 결과를 낳는다. 다섯째, 국제협조가 필수적이다. 독감 백신의 경우 세계보건기구(WHO)의 ‘글로벌 인플루엔자 감시 및 대응시스템(GIRS)’하에서 세계의 전문가들이 1년에 두 번 모여서 어떤 백신을 개발할 것인가를 결정하고 110개국의 실험실에서 정보를 공유했지만 트럼프는 WHO의 이런 기능마저 마비시켰다.

특히 셋째 요인은 지금도 중요하다. 예컨대 방역의 강도와 경제성장은 반비례할 것이라는 가설, 즉 방역을 완화하면 경제가 되살아날 거라는 믿음은 현재 한국에서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이 ‘집단면역가설’에 가깝게 대단히 자유로운 방역 방침을 실행한 스웨덴의 성과는 방역에서도, 경제에서도 실패했다. 과하다 싶을 정도의 방역으로 감염을 막을 때, 경제도 가장 나은 성과를 보였다. 즉 ‘방역이 곧 경제’다.

이러한 다섯가지 교훈은 다음 번의 바이러스위기뿐 아니라 생태위기 대응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이러스위기나 생태위기 모두 엄청난 규모의 ‘공유지의 비극’ 또는 ‘N명 죄수의 딜레마’이다. 모든 이가 마스크를 쓴다면 나는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 유럽의 여러 나라가 열심히 탄소 배출을 줄이면 한국은 무임승차해서 경제만 신경 써도 된다. 모두 이렇게 행동하면 인류는 절멸한다. 기후위기는 바이러스보다 감염 전파가 훨씬 더 빠르다. 이산화탄소의 축적을 국경폐쇄로 막을 수 없다. 한번 티핑포인트를 넘기면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사실도 유사하다. 둘 다 명확히 복잡계의 원리를 따른다.

극복의 방향도 유사하다. 우선 시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국가, 시장, 공동체가 할 수 있는 정책을 다 동원해서 결합해야 하지만(오스트롬의 ‘다중심성 원리’) 특히 시민들의 합의와 실천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마스크 쓰기가 그러했듯, 자발적 ‘에너지 절약’은 생태위기 극복의 전제조건이다.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 절반 줄이기(2010년 대비)는 아득한 목표로 보이지만 당장 시민들이 합의해서 전기소비를 30% 줄이면(마스크 쓰기보다는 덜 불편할지도 모른다) 석탄발전소 75%를 당장 없앨 수 있다. 탄소포집기술과 같은 기술혁신에 대한 환상은 버리는 편이 안전하다.

국가의 방향 설정은 시장을 움직이기 위해 필수적이다. 2050년 넷제로의 목표를 명확히 하고 국가는 물적, 인적 자원을 총동원해 탄소배출을 줄이는 쪽으로 혁신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탄소 1t당 50달러의 탄소세를 도입해 20년에 걸쳐 125달러 수준까지 높이는 일은 국가가 할 수밖에 없다. 2015년 메르스 유행 때 만든 방역 인프라가 한국의 검사-추적-치료를 가능케 했듯 생태 인프라를 지금 건설해야 한다. 전기차 충전소, 분산 발전이 가능토록 하는 스마트그리드, AI에 의한 탄소 배출원의 추적 시스템 등의 생태 인프라,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 인프라의 수립은 국가가 솔선수범해야 한다. 바이러스위기와 생태위기는 인류의 삶을 위협하는 전쟁이다. ‘동아시아 발전국가’는 이런 상황에서 더 나은 성과를 거뒀으며 방역은 이를 새삼 확인했다.

국제협력은 최대의 난제이지만 유럽, 중국 등과 협력해서 탄소가격과 탄소관세를 공동으로 설정하는 ‘탈탄소 동맹’부터 시작할 수 있다. ‘방역이 곧 경제’인 것처럼 ‘생태가 곧 경제’인 시기가 곧 온다. 시민과 함께하는 전환적 리더십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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