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차 당대회와 김정은의 고민

2020.10.13 03:00 입력 2020.10.13 03:02 수정

지난 토요일 새벽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행사가 있었다.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탄(ICBM)과 전략수중탄도탄(SLBM) 북극성4-A형, 전술무기 4종 세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에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설에서는 북한의 고민이 묻어나 있다. 전쟁억제력을 갖췄다고 자신하면서도 부흥 번영의 과제가 남았다고 실토하고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김정은은 8월 당중앙위 제7기 6차 전원회의에서 경제실패를 자인하며 내년 1월 제8차 당대회를 소집해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10월 당 정치국회의에선 ‘80일 전투’를 선언했다. 2016년 5월 제7차 당대회를 전후해 ‘70일 전투’와 ‘200일 전투’를 벌인 것과 유사하다. 오는 당대회에선 지난 5년간 정책 성과를 종합평가하면서 새로운 국가노선을 제시할 걸로 보인다.

먼저, 군사적으로 어떤 형태의 외부 도발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핵억제력 강화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중 전략경쟁의 격화와 미 대선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을 감안해 특정위협을 상정한 위협기반전략이 아니라 다양한 안보위협들에 대비할 수 있는 능력기반전략을 채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음, 경제노선과 관련해 2018년 4월 당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경제총력노선의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작년 말 5차 전원회의의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전’의 운명이다. 김정은은 2017년 11월 ‘국가핵무력 완성’ 선언 후, 핵무기 포기를 협상카드로 대미 관계개선과 제재 해제로 국제경제체제에 편입하고자 했다. 작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엔 제재를 자력갱생으로 정면돌파한다는 방침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제재·코로나19·수해의 3중고로 경제성과는 부진했다.

김정은은 앞으로도 핵능력 기반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이지만, 어떤 경제노선을 채택할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자력갱생이 한계에 부딪힌 지금, 북한은 새로운 경제적 돌파구를 찾아 대외관계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우리 4·15총선, 일본 스가(菅) 내각 출범에 뒤이어 오는 10월26~29일 중국공산당 19기 5중전회와 11월3일 미 대통령선거를 보면서 내년 1월의 당 제8차 당대회에서 내놓을 새로운 경제노선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의 7·10담화를 보면 여건이 마련되지 않는 한, 개방을 통한 국제경제체제 편입의 길을 선택하진 않을 걸로 보인다. 문제는 자력갱생 정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제3의 대안은 뭘까?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중국 대외경제정책에 편승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이 중국을 배제한 채 경제번영네트워크(EPN)라는 새로운 국제가치사슬을 추진하자, 이에 맞서 국내·국제를 아우르는 쌍순환 정책을 내놓았다. 이 정책은 미국의 디커플링(탈동조화) 전략에 대응해 거대한 내수를 바탕으로 주변국들과 새로운 가치사슬을 만들려는 시도다.

북한은 홍콩보안법을 지지하는 등 각종 외교현안에서 중국 편을 들고 있다. 중국 10·1 국경절과 북한 10·10 당 창건일을 맞이해 정상 간의 친서 교환도 있었다. 시진핑 주석은 친서에서 “지역의 발전과 번영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달 말 중국공산당 5중전회 결정을 보면서 중국 주도의 쌍순환 구조에 편승해 새로운 경제활로를 모색할 수 있을지 가늠해 볼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정작 쌍순환 구축을 위해 북한보다는 한국, 일본 같은 첨단기술국과의 협력에 보다 관심이 쏠려있다. 가뜩이나 대중무역이 90% 넘게 차지하는 마당에 중국 주도의 쌍순환 구조에 들어갈 경우 북한 지도부로서도 경제적 종속을 넘은 예속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북한이 참여하더라도 중국이 구축하는 가치사슬의 최하위에 위치할 수밖에 없다.

유엔 제재 속에서 북한이 쌍순환에 참여하기 위해서도 북·미관계의 진전이 불가피하다. 북한이 한국과의 협력과 미국과의 관계개선 가능성을 열어놓는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핵실험, ICBM 시험발사와 같은 레드라인을 넘지 않고 있으며, 내년 1월 당대회에서도 대남, 대미 관계를 2017년 이전의 적대관계로 돌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으로선 리스크가 큰 중국의 쌍순환에만 편승하기보다 한·미·일 관계개선으로 국제경제체제 편입의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이 유리하다. 북한은 종전선언을 받아들여 북·미 대화를 재개하고 중국·일본도 함께하는 동북아 방역·보건협력체 구상을 수용해 급격히 재편되는 국제경제질서 변화에 안전판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제8차 당대회의 선택이 북한체제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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