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파괴법 말고 ‘전태일 3법’을 달라

2020.12.01 03:00 입력 2020.12.01 03:01 수정

얼마 전 청소년 노동교육 강의안을 새로 만들었다. 마지막은 ‘노동조합’으로 끝맺는다. 내가 만나는 청소년들의 90%는 노동자가 될 것이기에 나는 이렇게 말한다. “혼자서 항의하거나 해결하려 하면 어렵지만 노동조합을 통해 요구하면 바꿔나갈 수 있어요. 노동조합은 ‘단체행동’을 할 수도 있고, 회사와 ‘단체교섭’을 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건 법으로 보장하는 권리니까, 꼭 노동조합에 가입하세요.”

채효정 <대학은 누구의 것인가> 저자

채효정 <대학은 누구의 것인가> 저자

그게 다 거짓말이 되어버릴지도 모르게 생겼다. 정부에서 내놓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안 때문이다.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이 법안을 노동자들은 ‘역대급 노동개악’이자 ‘최악의 노조파괴법’이라고 부른다. 어째서인가? 첫째, 개정안은 사업장 노동자가 아닌 노동자의 출입을 제한한다. 현행 법안은 근로자가 아닌 조합원이라도 사업장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고, 사용자는 합리적 사유 없이 출입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법이 바뀌면 해고 노동자는 회사 안에 들어갈 수 없게 되고, 산별노조 단위에서 노조 사업장을 방문하는 것도 불법이 된다.

둘째, 개정안은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한다. 원래 법이 단체협약에서 기간을 정하지 않거나 협약의 유효기간을 그 이상으로 정해도 최소 2년마다 단협을 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한 것은, 기본적으로 이 법의 취지가 사용자 측의 교섭 회피를 막고 노동자들의 교섭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 아닌가. 그런데 이제 3년 동안 단협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셋째, 개정안은 사업장 내에서의 점거와 쟁의행동을 전면 금지한다. 단체행동은 노동자들이 회사와 사회를 압박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법이 아무리 단체행동권을 보장해도 그동안 기업들은 용역 동원 등 사적 폭력과 손배소 가압류 등 사법적 압박으로 노조의 쟁의행동을 방해해왔다. 이제는 아예 법으로 직장 내 쟁의행동을 금지한다. 지금까지 현행법으로 보장되어왔던 행위들도 모두 불법이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노조탄압’을 합법화하는 최악의 노동법이다.

노조 할 권리는 특권이 아니다. 자본이 가진 무제한적 권력에 비하면 노동법은 노동자들이 가진 최소한의 방어적 권리일 뿐이다. 이것을 무력화하는 것은 노동자에게 남은 한 줌의 권리마저 박탈하겠다는 것이다. 노동자의 입장뿐 아니라 기업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헌법’이 왜 존재하는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국가는 이해관계자들의 조정자가 아니라 헌법의 수호자다. 국민의 기본권은 기업과의 협상이나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이 노동개악은 노동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명백히 침해한다. 정부는 헌법을 파괴하고 노동자의 목숨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으려는가.

매일 노동자 8명이 일터에서 죽는다. 대부분이 비정규직, 하청, 특수고용 노동자들이다. 정말로 노동조합이 필요한 이 노동자들에게, 노조 할 권리가 없다. 그래서 노동자들도 노동법 개정을 요구해왔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권을 요구하는 ‘전태일 3법’이 그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전태일법 대신 노조파괴법을 부활시켰다. 전태일 열사에게 국민훈장을 수여하면서 살아있는 전태일들에게는 노조파괴법을 돌려준다.

나는 내가 만난 청소년들을 생각한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함께 이야기했던 청소년들. 그들이 만날 미래가 ‘노조 없는 세상’이어선 안 되지 않겠나. 나중에 노동자가 되어 찾아간 노동조합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노동조합’이어서는 안 되지 않겠나. 노조도 없고, 안전장치도 없는 죽음의 일터로 계속 보낼 수는 없지 않겠나. 그래서 나는 요구한다. 노조파괴법 말고, 전태일 3법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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