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네세의 최후의 만찬, 종교재판에 회부되다

최후의 만찬은 예수께서 수난 전날 열두 제자와 함께한 마지막 식사로 기독교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마태복음에 따르면 예수께서 열두 제자와의 마지막 식사 자리에서 ‘너희 가운데 하나가 나를 배신할 것이다’라고 말씀하신 후, 떡을 주시며 내 몸이고, 술을 주시며 내 피니 이를 받아 마시라고 하셨다. 최후의 만찬은 수많은 그림과 조각으로 제작되었으며, 기독교 7성사 중 하나인 성찬식의 근거가 되었다. 성찬식에서 밀빵과 포도주가 각기 예수의 몸과 피로 바뀐다는 성변화(transubstantiation) 교리가 나왔고, 이를 바탕으로 가톨릭에서는 오늘날에도 매주 성찬식을 행하고 있다.

남종국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

남종국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

최후의 만찬은 이후 유럽 역사에서 여러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원천이기도 했다.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최후의 만찬을 모티브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기독교의 정통 해석과는 다르게 댄 브라운은 예수께서 최후의 만찬에서 자신을 이어 기독교 세계를 이끌 후계자로 베드로가 아니라 막달라 마리아를 지목했고, 거기에 더해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 사이에 후손이 있었다는 소설적 허구를 만들어낸다. 소설은 이후 이 비밀을 숨기려는 정통 교회와 성(聖) 가족의 후손을 지키려는 세력 간의 쫓고 쫓기는 오랜 비밀의 역사를 풀어낸다.

최후의 만찬에 관한 또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는 1573년 당시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화가 파올로 베로네세(1528~1588)가 자신이 그린 ‘최후의 만찬’ 때문에 이단 심문을 받은 사건이다. 베로네세가 이단 심문을 받게 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 그림에 성서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 등장하고, 신성한 만찬 장면에 부적절하고 불경스러운 표현들이 담겨 있고, 지나치게 세속적인 면들이 두드러진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코피를 흘리는 하인, 허리춤에 앵무새를 매단 어릿광대, 난쟁이, 개, 어리석은 사람들, 술에 취한 채 창을 든 두 명의 독일인 등이 문제의 원인이었다. 특히 독일인을 문제 삼은 것은 이들이 당시 독일을 중심으로 북유럽으로 확산되고 있던 루터파 개신교라는 억지스러운 모함이었다. 게다가 그림에는 양고기를 자르며 연회 분위기에 취해 있는 모습의 베드로, 그런 베드로를 지켜보는 술에 취한 모습의 성인, 포크로 이를 쑤시는 성인이 등장한다.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조사한 이단 재판관은 베로네세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3개월 이내에 그림에서 개를 지우고 그 자리에 막달라 마리아를 그려 넣고, 작품의 제목을 최후의 만찬에서 시몬가의 식사로 바꿀 것을 명했다. 하지만 베로네세는 이러한 명령을 비웃듯이 그림의 제목만을 최후의 만찬에서 레비가의 향연으로 바꾸는 것으로 대응했다.

베로네세의 ‘최후의 만찬’이 이단 재판에 회부된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1553년 베네치아 10인 위원회가 불온서적들을 모두 불사르라는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15세기 말과 16세기 초반 베네치아가 유럽 제일의 인쇄산업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였던 표현의 자유는 감시와 검열로 바뀌었고, 그 결과 베네치아 출판계는 암흑기를 맞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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