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비즈니스 공공 주도로

2024.05.01 21:37 입력 2024.05.01 21:40 수정

멀리서 보면 핑크빛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20년 넘게 유망하기만 했던 시니어비즈니스 이야기다.

초고령사회가 목전이고 노인인구 1000만 시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시장에는 시니어비즈니스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가득하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현실은 녹록지 않다. 시니어비즈니스엔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정부정책, 규제, 공공복지와의 충돌을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

돈 쓸 사람이 없다. 당사자는 돈이 없어서 못 쓰거나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못 쓴다. 자식들도 자기 먹고 살기 빠듯해 부모 위해 돈 쓸 여유가 없다. 결국 공공재정에 의존적인 사업모델을 만들 수밖에 없다. 공공은 보수적이고 기득권 벽이 높다. 매우 뾰족하고 구체적인 사업으로 직접 가치도 증명하고 시장의 틈새를 열어야 한다. 이 정도 능력과 열정이면 시니어비즈니스보다는 다른 시장이 훨씬 매력적이다 보니 이 시장엔 돈도 사람도 없고 혁신도 일어나지 않는다.

오랜 시간 실속없던 시니어비즈니스 시장이 최근 들어 변하기 시작했다. 실버테크(노인+기술) 스타트업의 등장과 함께 벤처캐피털의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주요 변화를 보자.

실버타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21일 민생토론회에서 “실버타운 공급 확대를 위해 2015년 폐지된 분양형 실버타운 제도를 다시 도입하고 민간사업자 진입을 어렵게 하는 제도들을 개선해 실버타운 건설이 활성화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총선 결과를 보니 쉽지 않겠다. 복마전 같았던 분양형 실버타운 허용 이전에 커뮤니티와 주거서비스가 결합된 공동체주택, 사회주택, 협동조합주택, 공유주택 등 공익적 주거모델 확대가 우선이다.

요양서비스 사업. 간병치매보험, 장기요양등급 외 돌봄, 비급여 요양서비스 확대 등 정부와 시장의 이해관계가 맞아 이 시장에 대자본이 들어오고 있다. 보험사를 중심으로 종합 웰다잉 서비스 사업에 참여하는 민간기업의 확대가 예상된다. 영세한 요양서비스 시장에서 눈에 띄는 벤처기업도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디지털 기반으로 전국을 커버하는 통합재가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누군가는 시장을 흔들어야 할 때 의미 있는 메기의 등장이다. 아직은 염려와 기대가 공존하지만, 응원하는 마음이 크다.

외로움산업. 고령자뿐 아니라 전 세대를 포함한다. 반려산업, 돌봄AI로봇, 안부전화, 데이트서비스 등 테크기반 솔루션과 불법적 서비스가 혼재한다. 시니어를 위한 디지털 기반 다양한 신기술이 등장하고 벤처자금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서비스들이 과연 외로움을 달래 주는 것인지 오히려 고립을 심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철저히 따져볼 일이다.

민간의 시니어비즈니스 시장 확대와 활성화를 통해 고령자 주거와 돌봄 등에 있어 다양한 선택지가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정부가 주장하는 ‘사회서비스 혁신을 통한 복지·돌봄 서비스 고도화(시장화)’와는 다른 이야기다. 시니어비즈니스는 공공 주도의 복지와 사회서비스 확대, 우리 지역사회와 공동체 회복, 사회연대경제의 기반 위에서 민간의 혁신을 촉진하는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공공의 역할이 축소된 민간 주도의 섣부른 시장화는 격차를 확대하고 사회통합을 저해하여 결국은 각자도사 사회로 이르는 길이다.

김수동 탄탄주택협동조합 이사장

김수동 탄탄주택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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