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 한창이니 올림픽 이야기를 해보자.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은 정치행사는 아니지만,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까닭에 때로는 정치적인 메시지가 만들어진다. 우리나라도 그랬다. 일제강점기인 1936년 독일에서 열린 제11회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조선 사람 손기정은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손기정은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의 조국은 일본이 아닌 조선이라고 말했지만, 가슴에 커다란 일장기를 달고 시상대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누구보다 기뻐해야 할 순간 굳어버린 얼굴로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리고 있는 손기정 선수의 사진은 결국 일장기가 지워진 채 신문에 실렸다. 이 사건으로 수많은 기자들이 고초를 겪고 신문은 무기한 정간되었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 조국 독립의 열망을 꺼지지 않게 했다.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

이번 올림픽에서는 미얀마 수영선수 윈 텟 우가 공개적으로 올림픽 불참을 선언했다. 지난 2월 쿠데타로 권력을 잡고서 무력으로 사람들을 탄압하는 미얀마 군사정부에 항의하며, 군부가 꾸린 올림픽 대표팀에서 시민들의 피로 물든 국기를 가슴에 달고 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얼마 전에는 월드컵 예선전에 출전한 미얀마 축구대표팀 선수 피 리엔 아웅이 미얀마 국가가 연주될 때 군부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 알려진 ‘세 손가락 경례’를 하는 모습이 TV에 중계되기도 했다. 경기를 마친 뒤 피 리엔 아웅은 결국 미얀마로 돌아가지 못하고 일본에 남아 난민 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다. 국제사회를 향한 미얀마 시민들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현지 상황은 더 심각하다. 쿠데타가 반년 이상 계속되면서 공식적으로만 10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군부의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사령관은 얼마 전 스스로 총리에 취임한 뒤 2023년 8월까지 2년 동안 비상통치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말 그대로 1인 독재다. 건국 이래 꾸준히 이어진 군사독재의 어두운 역사가 또다시 반복되려 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얀마에서 코로나19가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는데 군부가 백신을 공급하지 않고 오히려 코로나19 확산을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끔찍한 소식까지 들린다.

그럼에도 군부독재에 맞선 시민들의 목숨을 건 저항은 계속되고 있다. 차단된 인터넷을 우회하여 SNS에 올라오는 사진을 보면 미얀마 시민들은 집 앞에 모여 냄비와 프라이팬, 세숫대야 등을 두드리는 ‘냄비 두드리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일요일인 8월8일은 1988년 8월8일 미얀마 수도 양곤에서 시민, 대학생, 승려 등 수천명이 군부독재에 맞서 싸우다 희생당한 ‘8888항쟁’ 기념일이었다. 항쟁을 기억하며 오후 8시8분 미얀마와 한국 시민들이 함께 온라인에서 만나 8888걸음을 걷는 ‘8888공동행동’이 열렸다. 냄비를 두드리며 미얀마 시민들과 연대하는 영상도 SNS에 공유되고 있다.

그러고 보니 8888항쟁이 있었던 1988년은 서울 올림픽이 열린 해다. 이후 8번의 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우리는 시민들의 힘으로 민주화를 이루어냈다.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외치는 미얀마 시민들에게 우리가 함께 연대하고 힘이 되어주어야 한다. 아띤타바(힘내라) 미얀마! #WithMyan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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