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양해는 드리지 말고 자문은 구하지 말라

2021.11.01 03:00

자기 딴에는 예의를 지키려 한 말이 되레 예의에 어긋나는 사례가 종종 있다. 그 말의 뜻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쓴 탓이다. ‘양해의 말씀을 드린다’라는 표현도 그런 말 중 하나다.

양해는 “남의 사정을 잘 헤아려 너그러이 받아들임”을 뜻한다. 따라서 ‘양해를 드린다’고 하면 말하는 사람이 “너그러이 받아들여 주겠다”는 괴상한 표현이 되고 만다. 양해하는 주체가 ‘상대방’이 아닌 ‘나’ 자신이 되는 것이다. 양해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하는 것이므로 ‘양해를 구하다’나 ‘양해를 바라다’ 따위로 써야 한다. ‘양해’는 ‘이해’와 같은 뜻의 말이다. ‘이해를 바란다’라거나 ‘이해를 구한다’라고 하지, ‘이해를 드린다’라고는 하지 않는다. ‘양해를 드린다’ 역시 아주 이상한 표현이다.

‘구하다’를 써야 할 말에 ‘드리다’를 잘못 쓴 ‘양해’와 달리 ‘드리다’를 써야 할 말에 ‘구하다’를 잘못 쓰는 말도 있다. ‘자문을 구하다’이다. 자문(諮問)의 ‘諮’는 “묻다” “상의하다” “의논하다” 등을 뜻하고, ‘問’은 “묻다” “문초하다” “알리다” 따위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자문’의 의미는 “남의 의견을 묻다”이다. 특히 ‘자문’은 주로 윗사람이 아랫사람의 의견을 묻는 의미로 쓰던 말이다.

우리 사회에는 많은 ‘자문기관’이 있다. 이에 대해 <표준국어대사전>은 “어떤 조직체에서 집행기관의 자문에 대해 의견을 제공하는 일을 맡아보는 기관”이라고 뜻풀이를 해 놓았다. 즉 집행기관이 자문을 하면 그에 대한 도움말을 내놓는 것이 자문기관의 역할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자문’의 의미를 ‘질문에 응하는 것’으로 오해해 “자문을 구한다”라는 말을 흔히 쓴다.

특히 손윗사람에게도 “자문을 구하고자…” 어쩌고저쩌고하는 일이 흔한데, 이는 크게 실례되는 표현이다. ‘자문’은 ‘질문’과 비슷한 의미의 말로, ‘자문을 구한다’라고 하면 “나에게 좀 물어봐 달라”는 엉뚱한 표현이 되기 때문이다. ‘자문을 구하다’는 ‘자문을 하다(드리다)’ ‘조언을 구하다’ ‘의견을 듣다’ 등으로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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