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디바리와 단풍나무

2021.11.02 03:00 입력 2021.11.02 03:01 수정

“그것만은 절대 공개 불가!” 맛집 프로그램에 단골로 등장하는 주인장 멘트다. 비밀 레시피와 노하우로 중무장한 유명 맛집들의 자부심이 하늘을 찌른다. 그런데 비법을 전부 알려준 어느 마음씨 좋은 맛집 주인장 왈, “다 알려줘도 이 맛은 안 날 거예요.” 이 무슨 애매한 소린가! 음식에도 혼이 담겨야 제맛이 난다는 말로 이해할 만하다.

명품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비밀을 밝히고자 전문가들이 최첨단 장비까지 동원하며 애쓰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2011년 런던 경매에서 스트라디바리의 ‘레이디 블런트’는 바이올린 경매 사상 최고가인 172억원에 낙찰되었다.

스트라디바리가 생전에 제작한 바이올린이나 첼로 등은 남유럽 디나르알프스산맥에서 자라는 단풍나무로 제작되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지역에서 자라는 단풍나무로 악기를 제작하면 그처럼 뛰어난 음을 낼 수 있을까. 2016년 12월 뉴욕타임스에 이와 관련된 기사가 실렸다.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투고된 ‘스트라디바리의 단풍나무와 현대 톤우드의 화학적 차이’라는 논문에 관한 내용이었다. 연구를 주도한 국립 대만대학 타이환칭 박사는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 2개와 첼로 2개, 그리고 과르니에리 바이올린 1개에서 나온 총 5개의 단풍나무 조각 부스러기를 채취해 분석하였다. 그 결과 목재에서 알루미늄, 칼슘, 구리 등의 화학적 처리를 한 증거가 발견되었다. 이는 후대의 바이올린 제작자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처리 방법으로, 타이환칭 박사는 산림노동자들이 곰팡이나 해충 방제를 위해 처음 시행했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연륜연대학 전문가인 테네시대학 마이어 교수도 이런 화학적 처리가 뛰어난 소리를 내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거들었다. 또한 이 악기들은 최신 악기보다 수분 함유율이 4분의 1 정도 적은 것으로 밝혀졌는데, 수분을 흡수하는 헤미셀룰로스양이 적기 때문이다. 목재에 수분이 적을수록 밝은 소리를 낼 수 있다. 그 결과 풍성하고 어두운 베이스 톤과 멀리서도 귀를 간지럽히는 깨끗한 고음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17~18세기 유럽의 소빙하기에 자란 단풍나무가 나이테가 촘촘하고 단단하여 특유의 음색을 낼 수 있다’는 주장은 분명하지 않다고 전하였다.

스트라디바리우스에 대한 탐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한두 가지 근거로 명품의 모든 비밀을 캐낼 수는 없는 일이다. 최첨단 과학으로도 끝내 밝힐 수 없는 딱 한 가지, 그것은 바로 스트라디바리우스가 품고 있는 스트라디바리의 영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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