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시대의 2인용 게임

게임계에서는 매년 말 ‘올해의 게임(Game of the Year)’을 선정, 시상한다. 2021년에도 쏟아지는 GOTY 중 권위와 규모를 함께 갖춘 시상식 ‘더 게임 어워드’에서는 올해의 게임으로 ‘잇 테이크스 투(It takes Two)’를 선정했다. 직역하면 ‘두 명이 필요합니다’, 의역하면 ‘2인용’이 될 이 게임은 말 그대로 두 명을 요구한다. 1인, 2인 플레이를 선택할 수 있는 여타의 게임들과 달리 ‘잇 테이크스 투’는 혼자서 플레이할 수 없다. 게임 구성 자체가 한 사람이 발판을 놓으면 다른 사람이 이를 이용해 건너가는 등의 협업으로 난관을 극복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이경혁 게임칼럼니스트·평론가

이경혁 게임칼럼니스트·평론가

둘이 아니면 게임을 할 수 없는 구조 때문에 ‘잇 테이크스 투’는 여러 게임 커뮤니티에서 ‘솔로인 나는 어쩌라는 것이냐’ 같은 농담 섞인 푸념을 한가득 만들어내기도 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2인용 게임은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보면 꽤나 독특한 포지션이다. 오늘날 게임들은 혼자 하는 플레이보다는 온라인 속 사람들과의 멀티플레이로 대부분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둘을 넘어 수십, 수백 명과도 함께 게임을 할 수 있는 시대이지만, 오히려 이런 시대에 2인용 게임은 보기 드문 무언가가 되었다. 2인용 게임 경험을 물어보면 대체로 추억의 무언가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놀이공원의 게임장, 과거의 동네 오락실과 같은 지금의 시공간으로부터 동떨어진 일종의 노스탤지어로 2인용 게임은 받아들여진다.

2인용 게임이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는 것은 기술 발전만으로는 재현해낼 수 없는 무언가가 2인용 게임에 담겨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가장 결정적인 부재는 함께 게임하는 이와 나누었던 게임과 무관한 이야기들이다. 반드시 같은 공간에 있어야만 했던 2인용 게임은 게임 과정에, 혹은 게임 전후에 서로의 삶을 공유하는 순간을 포함했다. 일상의 이야기를 나눈 것일 수도, 혹은 함께 떡볶이 한 그릇을 나눠 먹는 순간일 수도 있었다. 장거리에서 실시간으로 영상통화가 가능해진 오늘날의 기술 발전은 결국 그 채널 바깥의 의사소통까지는 재현하지 못했다. 온라인게임 안에서의 소통이란, 게임이 제공하는 기본적인 공격과 방어라는 신호 교환과 조금 더 넓게 주어지는 채팅 정도의 의사소통뿐이며 이러한 채널에서는 오직 게임 플레이만을 위한 메시징만이 가능했다. 기술은 여러 사람을 더 가깝게 묶어냈지만, 한편으로는 사람과의 관계를 더 멀게 만들어낸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2년 동안 우리는 현실의 만남을 대신할 수 있다는 수많은 신기술의 사용을 요구받았다. 강의와 수업은 비대면 영상통화로 이루어졌고, 메타버스라는 이름은 이것으로 현실을 넘어선 현실을 겪게 된다고 설득한다. 그러나 모든 미디어는 곧 이전 미디어를 흉내 낼 뿐이며, 이 모사는 원전을 완벽하게 재현해내지 못한 채 새로운 미디어 환경을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기준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팬데믹 이전의 현실을 완벽하게 기술적으로 대체할 수 있었다면 ‘잇 테이크스 투’는 우리에게 그렇게 생소하고 새로운 경험이 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2인용 게임의 등장과 흥행은 그래서 팬데믹 비대면이라는 우리가 지금 놓인 상황의 커뮤니케이션이 이전에 비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사건이 된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