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은 정치를 하라는 0.73%

2022.03.15 03:00 입력 2022.03.15 03:03 수정

20대 대선이 끝났다.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보다 0.73% 더 표를 받아서 당선되었다. 정권교체 여론이 선거 막판까지 50%를 넘었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0% 이상의 표 차로 승리할 것이라고 장담했음에도 결과는 이렇다. 선거 과정에서 지워졌던 20대 여성들이 막판에 전략투표를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선거가 끝난 지 오늘로 6일, 한쪽에서는 정권 인수위원회를 구성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들어갔다. 선거 승패와 관련해서 여러 의견이 분출하고 있다. 오늘 칼럼에서는 거대 여당과 야당에 집중해서 의견을 더하겠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 4·16재단 상임이사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 4·16재단 상임이사

0.73% 차이로 석패를 하다 보니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졌지만 잘 싸웠다”는 평가가 나오는 모양이다. 그렇지만 대선 결과가 나온 3월10일이 어떤 날인가? 5년 전 촛불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날이다. 국민들은 절대적인 지지로 적폐청산, 개혁의 과제를 안고 출범하는 문재인 정부를 아낌없이 응원했다. 그런 결과로 문재인 정권 출범 1년 뒤 지자체 선거에서도 민주당은 절대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었고, 2020년 총선에서는 180석 가까운 의석을 밀어주었다. 그런데도 정권교체 바람이 불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국민, 당선인에 전적인 신뢰 안 보내

그간의 과정을 일일이 되짚을 필요는 없다. 남의 잘못은 지적하면서 자신들의 잘못에는 관대한 ‘내로남불’ 정치세력으로 보였다. 과거 민주화운동 경력을 앞세운 도덕적 우월성에 취했기 때문일까? 그런 모습은 오만하고 독선적이기까지 했다. 구호와 멋들어진 수사에 비해 각종 개혁은 지지부진하거나 미흡했다. 관료들에게 둘러싸인 무능 정권의 모습도 연출되었다. 오로지 정치공학적인 차원에서의 유불리만 따지는 정권이고, 집권여당이었다. 부동산정책의 실패만이 아니다. 정권과 여당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까지 맞아서 힘들어 죽겠다는 국민의 호소에 기재부 관료들의 벽 앞에 굴복했다. 차별과 혐오가 판치는 세상에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자고 해도 외면했고, 죽지 않고 일하게 해달라고 유가족들이 단식을 해도 구멍이 숭숭 뚫린 채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했다. 그럴 때마다 야당이 협조하지 않아서라는 말도 되풀이했다.

선거에서 겨우 0.73%를 이긴 국민의힘도 잘한 것은 없다. 어부지리의 승리일 뿐이다. 만약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 집권여당의 무능함이 없었다면 이길 수 있었을까? 자력으로 이기지 못한 원인이 무엇인가를 곰곰 따져야 한다. 특히 20대 청년을 혐오와 차별로 갈라치기하면서 표를 모았던 대선 과정이 연장되어서는 안 된다. 2030여성들 표가 민주당으로 결집되었는데도 여전히 여가부·여성할당제 폐지를 밀고 가겠다는 윤석열 당선인의 발언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건 국민통합을 공언한 당선인의 일성에도 맞지 않는다. 국민들은 어려움을 모르고 살아온 당선인이 과연 갈수록 심해지는 ‘K자 양극화’를 완화하면서 다수 서민의 삶을 살필 것인지에 의문을 갖고 있다. 부자감세와 같은 잘사는 국민들 위주의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되는 공약이 그대로 실천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다. 국민들은 윤 후보를 차기 대통령으로 뽑았지만 전적인 신뢰를 보내지는 않는다. 대선 직후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서 윤 당선인이 잘할 거라는 응답이 겨우 52% 수준으로 나온 걸 봐도 알 수 있다.

이제 대선은 끝났다. 국민들은, 불공정 수사로 불신을 받는 검찰을 앞세워 독재정치를 펼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대북·외교 분야에서 강경책으로 일관하다가 전쟁이라도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차별과 혐오를 더욱 조장하고, 지금의 일자리도 더 불안정해지고, 더 위험해지면서 삶이 더욱 피폐해지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 등을 갖고 있다.

여야 모두 핑계 대지 말고 겸허해야

그렇지만 국민들은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는다. 어느 정도는 인내하고 지켜보더라도 이건 아니다 싶을 때는 거세게 저항하고 위임된 권력을 거두어드린다. 5년 전, 2017년 3월10일이 그걸 말해주지 않았는가.

그러니 대선 결과에 대해 남 핑계 대지 말고 모두 겸허해야 한다. 더 좋은 정치는 자기 세력을 중심에 두는 게 아니라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들의 삶에 기반하는 것이어야 한다. 국민이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는 더 좋은 정치를 만들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래서 0.73%는 누구나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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