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노란 리본의 물결을 만들어야 할 때

2024.03.25 20:16 입력 2024.03.25 20:22 수정

오는 4월16일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10주기를 맞아서 추모전시회, 연극제, 영화 상영회, 북토크 등의 다채로운 문화행사도 열리고 있고,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기도회를 곳곳에서 연다. 당일에는 안산과 인천에서 기억식과 추모식이 열린다.

그렇지만 4월10일 치러지는 22대 총선으로 인해 언론에서도 10주기를 잘 다루지 않는다. 지난주에는 답답한 마음에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제작된 영화 극장 개봉과 공동체 상영회를 알리는 대량 문자를 발송했다. “10주기 시민위원으로 참여하겠다” “잊고 있었는데 알려줘서 고맙다” 등의 반응이 돌아왔다. 그런데 이런 문자도 있었다. “(이제) 일선으로 돌아가 생활 전선에서 열심히들 생활하시고, 그만 세월호 우려먹으시오.” 세월호 참사가 났을 때 열심히 활동했던 사람이 이런 문자를 보내다니… 잊으려 했지만, 이 문자는 계속 남아서 주머니에 든 가시처럼 마음을 콕콕 찔러댔다.

지난 10년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책임자 처벌운동과 생명존중-안전사회 운동(이를 나는 ‘4·16운동’이라고 부른다)은 지금 한참 진행형이다. 비록 진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처음으로 진상규명 특별법도 만들었고, 대한민국 최초로 재난 참사에 대한 국가기구에 의한 조사도 진행했다. 결정적인 진실에는 가닿지 못했지만, 많은 의혹들을 사실로 확인했다.

시민은 변했는데 국가는 안 변해

4.16민주시민교육원에 가보라. 거기에 가면 단원고 학생들이 사용하던 교실 10개와 선생님들이 사용하던 교무실 한 개가 복원되어 있다. 어느 반 교실에 들어가면 책상 30개 중 29개 위에 꽃이 꽂혀 있고, 단 한 개의 책상에만 꽃이 없다. 수학여행을 떠났는데, 한 반에서 한 명만 살아 돌아왔다. 한 학교에서 250명의 학생이 한 사고로 사라진 사건이다. 전체 304명의 대한민국 국민들이 한꺼번에 사라진 참사였다.

피해자들과 시민들은 10년 동안 애도의 공동체를 이어오면서 시민들이 찾아오기 좋은 곳에 추모공원(가칭 4·16생명안전공원)을 만들어가고 있고, 인양된 선체는 보전하여 추모와 교육의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계획이 세워져 있다.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을 치유하고,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체계도 만들어졌다.

재난 참사가 일어나면 돈 몇푼을 보상금, 위로금으로 피해자에게 쥐여주고, 다급하게 장례를 치르게 한 다음에는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에 위령탑 하나 달랑 만들어놓고 끝내는 게 재난 참사를 대하는 대한민국의 공식이었다. 이게 얼마나 큰 변화인가. 더욱이 세월호 참사를 목격한 시민들은 “이게 나라냐!”면서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지 못하는 국가를 바꾸려고 했다. 그런 노력으로 박근혜 정권을 탄핵으로 끌어내렸고, 중대재해처벌법도 만들어냈다. 그러니까 지난 10년 동안 시민들은 바뀌어 예전의 시민들이 아니다. 아직 정치가 바뀌지 않았고, 국가가 변하지 않았을 뿐이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 정부자씨는 이렇게 말한다. “국가는 우리를 버렸지만, 시민들은 우리 손을 잡아주었다. 그 덕분에 10년이 지나도 우리가 숨을 쉬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일은 피해자들을 숨 쉬고 살게 하는 일이다. 각자도생의 비정한 세상을 끊고 함께 살기 위한 길을 내는 일이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말한다. 내 아이가 안전하려면 이웃의 아이가 안전해야 한다고. “안전을 원한다면, 참사를 기억하라!” 시민들은 오늘도 이런 팻말을 들고 있다. 우리가 고통스럽다는 이유로 참사를 잊으면 더 큰 비극이 덮쳐올 것이다. 당장 대답이 없더라도 우리는 계속 외쳐야 하고, 변화를 주장해야 한다.

생명과 안전의 정치에 한 표를

그러니 오는 4월에는 이렇게 하자. 다시 노란 배지와 노란 리본을 달고 전국에 노란 물결을 만들자. 둘째, 총선에서는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 일할 정당과 후보에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자. 셋째, 10주기 시민위원으로 참여하고, 전국에서 진행되는 추모행사들에도 가보자. 마지막으로 SNS 계정으로 10주기를 알리는 행동을 함께하자. 지금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있음을 서로에게 보여줘야 할 때다. 우리는 현안 이슈로 떠오를 때만 반짝 반응하는 정치인이 아니다. 그러니 나는 세월호 참사를 악착같이 기억하려고 한다. 나는 이 땅에서 죽을 때까지 살아갈 시민이고, 우리 후대들은 이곳에서 행복을 추구하며 안전하게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 4·16재단 상임이사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 4·16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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