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타인의 삶을 착취한다

2022.07.19 03:00 입력 2022.07.19 03:02 수정

최근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은 몇년 전에 비해 광고의 비율이 무척 늘었다. 광고의 방식도 기묘해졌다. 실제 제품의 판매 회사들이 직접 광고 제품을 게시하는 방식이 아니다. 오늘 이야기하려는 것은 마치 자신이 광고가 아닌 것처럼 위장한 플랫폼의 광고 방식에 대한 것이다. 이런 광고는 아래의 과정을 통해 진행된다.

이융희 문화연구자

이융희 문화연구자

우선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페이지가 노골적으로 감정을 끌어올리는 글 제목과 내용을 미리보기로 제공하며 내 타임라인에 노출된다. 그러한 글들은 예를 들자면 ‘바람난 애인이 이때까지 데이트한 비용을 더치페이하자고 2년치 가계부를 1000원 단위까지 기록해 보냈네요’ 같은 방식이다. 쉽게 분노할 대상이 있고, 답답해하는 글쓴이의 마음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으며, 그래서 분노의 대상에게 속 시원한 응징이 가해지길 바라며 글이 조금 길더라도 끝까지 읽고 싶은 형태이다. 이러한 글들은 공감할 만한 타깃을 넓게 잡은 것인지 군대에서 있었던 신기한 무용담을 다루기도 하고, 자신의 삶에 있었던 야한 순간이나 선정적인 이야기를 다루기도 하며, 결혼 생활의 파탄을 다루는 등 종류가 무척이나 다양했다.

그래서 도대체 왜 그런 글이 표시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글의 내용이 궁금하기도 해 게시물을 들어가 보면 십중팔구 쿠팡의 광고였다. 글을 중간까지 읽으면 갑자기 쿠팡 사이트로 페이지가 전환되던가, 쿠팡 광고 등이 페이지 절반 이상을 차지해 글을 보기 위해서 ×자 버튼을 누르려다 쿠팡 페이지에 들어가지기도 한다. 심지어 아예 자신은 쿠팡 파트너스이기 때문에 쿠팡을 방문하고 뒤로가기 버튼을 통해 돌아와야지만 계속 읽기가 가능하다며 ‘쿠팡방문하고 계속읽기’ 같은 버튼이 표시되곤 한다.

이러한 광고들을 보며 문득 한 가지 궁금증이 일었다. 지금 내가 읽은 이 글의 경우 온라인 검색을 조금만 해봐도 원전 출처는 익명 게시판이나 커뮤니티, 또는 네이트판 같은 오픈 공간으로 쿠팡과 아무 상관이 없는 곳인데, 이 글들의 저자는 자신의 글로 쿠팡이 홍보를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 쿠팡은 이들의 이야기를 이용해 자신의 플랫폼을 홍보하고 있는 셈이고, 파트너스 업체들은 그러한 트래픽을 통해 광고 수익을 벌어들이는 셈인데 이 과정에서 정산되는 금액은 이야기 원저자들에게 제공되고 있을까? 아마 그렇지 않으리라.

인지자본주의의 시대에서 사람들이 올린 이야기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무한에 가까울 정도로 증식하고 박제되는 동안 플랫폼과 기업들은 그 이야기를 통해 거래를 하고 이득을 취한다. 다시 게시글의 이야기로 돌아오자. 거기서 나온 대부분의 글에서 주인공은 저자 혼자가 아니다. 대부분 자신과 타인이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사회적 관계에서 일어난 일들을 다루고 있다. 설령 저자 자신은 이야기를 온라인에 게재하며 자신의 글이 어떻게 사용되든, 어디까지 이야기가 퍼지든 상관없다고 동의했을지언정, 그 글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동의는커녕 수많은 감정의 동력이자 부품이 되어 플랫폼에 이야기의 소재로서 삶을 착취당하는 셈이다.

작은 개인정보의 유출조차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정보화 시대에 쿠팡은 과연 이러한 광고 정책과 수단을 언제까지 유지할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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