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바깥쪽 껍질

2022.08.27 03:00 입력 2022.08.27 03:01 수정

김예영, ‘김은희, 전가영’, 2022, archival pigment print, 154×228.6㎝ ⓒ김예영. d/p 제공

김예영, ‘김은희, 전가영’, 2022, archival pigment print, 154×228.6㎝ ⓒ김예영. d/p 제공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들이라는 것을 종종 잊는다. 남이 나처럼 생각하지 않고, 남이 나와 같은 것을 좋아할 리 없으며, 남이 나와 같은 꿈을 꿀 리 없지만, 습관처럼 나를 기준으로 상대방의 생각과 입장을 판단하며 하나가 된다.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것들, 어쩌면 유행이라고도 할 수 있을 그 변덕스럽고도 압도적인 흐름에 몸을 싣고 움직이다보면, 그와는 다른, 유행과 무관하게 유지되는 세계가 다양하게 펼쳐져 있다는 것을 자꾸 잊는다. 그 다름의 세계를 외면한 채, 출처가 어디인지도 불분명한 가치의 세계에 부합하도록 나의 모든 것을 정돈하느라 숨 가쁘거나 우울하다. 그렇게 내가 가르고 내버린 세계가 나로부터 떨어져나가기를 반복하다보면 나의 세계는 한없이 좁아질 뿐이다. 그 작은 땅을 전부라 믿으며 행복을 느낀다면, 나는 소박한 사람인가.

서로 다른 성정과 질감을 타고난 우리가 누구의 의지인지도 모를 하나의 기준을 향해 질주한다면 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스타일리스트 김예영은 개인이 세상과 부딪치며 타협하고 선택하여 장착했을 아름다움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묻혀버린 나의 질감을 발견하고 끌어올리는 데 탁월하다. 유행의 한복판인 패션업계에서 일하지만, 획일화되어가는 미의 기준에 빨려 들어가지 않는다. 긴 시간 함께 작업해온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이 가지고 있는 풍성한 몸의 곡선과 질감으로부터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목격하고 감동한다. 섣불리 판단하기에 앞서, 깊이 바라보는 힘은 상대에 대한 진지한 애정과 함께 꽃핀다. 세상이 아름다움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설득하는 시간. 그의 스타일이 가지고 있는 힘이다. 세상은 단 하나의 질감으로 수렴될 수 없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