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라 허스트, 달링 달링, 2021, 2채널 비디오, 25분33초 ⓒGabriella Hirst

가브리엘라 허스트, 달링 달링, 2021, 2채널 비디오, 25분33초 ⓒGabriella Hirst

광주 거리에 물을 절약하자는 현수막이 붙었다. 극심한 가뭄에 제한급수를 해야 하는 위기 상황이라고 한다. 각자의 가정에서 수압을 조절하면 물을 절약할 수 있다고 했다. 손쓸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기 전 함께 대처하자는 내용을 보며 수압 밸브를 찾아본다.

세상에 과연 지속 가능한 구조나 시스템이 있을까. 제도가 규정하는 틀 역시 세월이 흐르면 그 가치와 효용성은 변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이를 유지하는 사람들의 의지가 필요하다. 가브리엘라 허스트는 여러 제도, 구조, 약속을 영원히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노동에 주목하는 작업을 해왔다. 그의 2채널 비디오 작품 ‘달링 달링’은 그 가운데 생태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사람들의 시선을 다룬다. 작가는 호주 원주민의 조언을 받아 호주에서 세 번째로 큰 수로인 바르카 달링강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급격한 환경변화에 강은 갈라진 바닥을 드러낸다. 사람들은 이 강이 계속 흐를 수 있도록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영상의 한쪽 채널에서는 호주 화가 윌리엄 피그닛이 1890년 그렸던 ‘달링의 범람’의 보존 수복 장면이 다큐멘터리 필름처럼 흐른다. 작품의 작은 흠집까지 복구함으로써 이 작품이 영원히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말라붙은 달링강의 현실과 대비된다. 물관리는 수천 년 동안 토착 원주민이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부분이지만, 오늘의 정부에 달링강은 돌보아야 할 대상이 아니다. 강이 증발하면서 주변의 생태계도 사라졌다. 작가는 보전할 자연과 방치할 자연이 어떤 기준으로 결정되는지 묻는다. 그 질문은 예술이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주장의 허무함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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