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병 재사용 시스템은 필수다

쓰레기 줄이는 가게인 ‘제로 웨이스트 샵’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 가게에서는 손님들이 기증해주신 용기를 세척·소독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비치한다. 스스로 펌핑하는 ‘팔뚝’ 리필인데 대개 젊은층은 재밌어하고 중년층 이상은 쩔쩔매거나 힘들어한다. 그런데 손님이 직접 담지 않아도 마트 선반에서 집어든 제품이 재사용 용기에 담겨 있다면?

내 나이대는 재사용 유리병에 담긴 ‘서울우유’를 기억할 테고, 맥주나 소주를 사드신 분들도 이 시스템을 경험했다. 우리는 유리병에 든 맥주를 살 때 새 용기인지 재사용 용기인지 고민하지 않는다. 레버를 당겨 맥주를 직접 따르지도 않는다. 하지만 맥주병은 세척과 소독을 거친 후 다시 맥주를 담아 팔린다. 유리병 회수와 세척, 운송 등에 쓴 에너지를 고려해도 재사용 유리병은 새 유리병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이 약 32% 적다. 또한 새 유리를 쓰지 않아 자원을 아끼고 강과 생태계를 지킨다. 유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강바닥을 긁어 모래를 퍼내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가 파괴된다. 500개의 일회용 컵을 만들려면 1500ℓ의 물이 드는 반면 도자기 컵을 500번 씻는 데는 그보다 85% 적은 210ℓ의 물이면 된다.

재사용 유리병이 선호되는 이유는 내용물과 반응하지 않고 오래 가고 위생적이기 때문이다. 유리병은 미세 플라스틱이나 혈관 벽을 뚫고 침입하는 나노 플라스틱으로부터 안전하다. 반면 플라스틱 용기는 미세 플라스틱에 더해 환경호르몬 우려가 있으며 제조 과정에서 유해물질을 배출한다. 플라스틱 원료를 정제하는 공장에서 5㎞ 내 거주하는 경우 백혈병에 걸릴 위험이 30%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다. 하지만 유리병은 제조 시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무거워 플라스틱보다 탄소 배출량이 더 많다. 유리병이라고 저절로 친환경인 것은 아니다. 유리병을 여러 차례 재사용해야 친환경이다.

라틴아메리카에선 다농사 생수의 50%, 브라질에선 코카콜라의 약 7%가 재사용 병에 담겨 유통된다. 한살림에서도 재사용 시스템을 운영한다. 나는 젓갈, 잼, 된장, 고추장, 케첩, 조청은 한살림 제품을 사는데 재사용 유리병 제품만 있기 때문이다. 먹은 후 분리배출을 안 해도 되고 부엌에 안 쟁여도 되고 돌려주면 끝이라 세상 편하다. 정작 한살림은 세척 물량이 딸려 연간 1억원씩 적자를 본다. 보조금도 없고 사회적 인식도 낮고 다른 기업이 나서지도 않는다. 일회용 유리병에 담긴 주스, 박카스, 잼을 파는 대기업이 나선다면, 혹은 정부가 맥주병처럼 병 보증금제를 확대한다면 상황은 달라지리라. 하지만 기업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강조해도 자사의 일회용 유리병에는 관심 없고 정부는 재활용이나 신소재 위주로 지원한다. 전 세계적으로 재사용 시스템을 도입하면 2040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의 80%까지 줄일 수 있다. 해답은 우리 곁에 있지만 의지가 없는 것이다.

이에 기업과 정부에 유리병 재사용 시스템을 요구하는 서명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10월10일까지 서명을 받아 플라스틱 국제협약 3차 회의 전 기업과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플라스틱 국제협약은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해 플라스틱 생산의 감소와 재사용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강조한다. 서명하기 인터넷 주소는 ‘https://campaigns.do/campaigns/1074’이다.

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

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

[녹색세상] 유리병 재사용 시스템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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