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주여성 정착, 교육에 달려있다

2006.08.01 18:12

지난 4월 하인스 워드가 방문했을 때 한국은 외국인과 혼혈인을 차별하지 않는 다문화 사회로 돌입하는 듯했다. 정부와 언론은 단일민족 신화, 순혈통주의, 그리고 인종차별주의를 철폐하자며 국민들의 인식전환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들이 관심을 끈 것도 잠시뿐. 다문화 사회를 어떻게 만들며, 급증하는 외국인 배우자,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2세를 한국사회로 어떻게 통합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미미하다. 그나마 이주여성의 적응과 정착을 돕기 위한 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교육은 무척 열악하다. 전문가 부족으로 연속성이 없고, 또 읍·면 단위로 흩어져 있는 여성들이 교육장소로 모이는 것조차 쉽지 않다. 교육 내용은 한국어와 요리, 육아 등 당장 생활에는 필요하지만,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비전을 제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을 단지 한국인으로 교화하려는 데 중점을 두어 쌍방의 문화적 소통보다는 일방적인 ‘한국인화’를 촉구한다. 역설적으로 이는 다문화주의에 역행하는 것이다. 이주여성이 한국의 어엿한 시민으로서, 그리고 우리 2세의 어머니로서 역할을 하려면 더 전문화되고 체계적인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런 취지에서 원격대학은 이주여성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지역사회로 진출할 기회를 줄 수 있는 좋은 제도이다.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양질의 강의를 언제 어디서나 수강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제공한다. 이는 지리적으로 흩어져 사는 농촌 이주여성들의 실정에 잘 맞는다.

그렇다고 해서 고립되어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다. 학교 커뮤니티로 편입되어 같은 과목 수강생과 교수, 그리고 동아리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다. 온라인 대학교육을 통해서 이주여성도 한국인과 마찬가지로 자기계발의 기회를 갖고, 교육을 통해서 지위를 향상하고, 전문화를 통한 사회참여와 공헌의 기회를 갖는다.

이주여성의 고등교육은 무엇보다도 혼혈인 2세를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혼혈인이 자존심을 가지고 성장하려면 어머니에 대한 존중이 먼저 성립되어야 한다. 어머니가 사회의 떳떳한 구성원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성장하는 것이 훨씬 더 건강한 2세를 만든다. 혼혈인은 지금까지 한국사회의 주변인이었지만, 그들을 포용하고 적극적으로 교육한다면 더 쉽게 사회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다.

모든 사회변동의 원동력은 교육이다. 우리나라가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낼 수 있었던 것도 높은 교육열 덕분이었다. 우리는 한국문화의 이러한 장점을 활용하여 나은 삶을 찾아온 이주여성들에게 그 기회를 제공해야만 한다. 그것은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키고 또 조화롭고 통합된 다인종·다민족 사회를 만드는 길이기 때문이다.

〈조경진/한국디지털대학교문화예술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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