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문수사 이면에는 지나친 성과주의 있어

2010.07.01 18:11
김상균 | 백석대 법정경찰학부 교수

[기고]고문수사 이면에는 지나친 성과주의 있어

우리의 기억 저편에 남아 있는 ‘고문’이라는 단어가 다시 등장했다.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등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진 줄만 알았던 고문이 경찰에 의해 또 자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서울 양천경찰서 강력팀에서 조사를 받은 피의자 32명 가운데 22명이 경찰로부터 심한 고문과 구타를 당했다고 한다. 양천서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검거 당시에 반항했기 때문에 물리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경찰의 해명과는 달리 경찰의 고문 방법은 상당히 반인권적이기에 놀랍다. 수갑을 채운 채 양팔을 머리 쪽으로 꺾어 올리는 일명 ‘날개 꺾기’ 등 독재정권 시절에나 있었을 법한 고문과 가혹행위들이 자행되었다.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경찰이 피의자를 대상으로 반인권적이고 비윤리적인 고문과 가혹행위를 자행했다는 사실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경찰 입장에서는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하고 범죄사실을 부인하다보니까 범죄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약간의 폭언이나 가혹행위 같은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강력범죄 피의자를 검거하거나 조사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인권침해는 용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경찰관이 비합법적 고문을 동원했다는 것은 그 어떠한 명목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명백한 범죄행위다.

양천서에서 발생한 ‘피의자 고문수사사건’의 이면에는 경찰지휘부의 지나친 성과주의 중심 경찰행정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적을 통해 조직 구성원을 평가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실적평가를 통해서 범인검거율이 향상되는 등 실질적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경찰공무원의 업무수행 평가를 유형의 범인검거 실적으로 평가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지나치게 눈에 보이는 성과만 강조하는 조직에서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 실적 달성을 위한 무리한 수사, 일선 경찰관의 사기저하는 물론이고 경찰서간 과도한 경쟁을 초래하는 역기능이 발생하게 된다. 특히 경찰조직은 치안서비스를 생산하고 제공하는 곳이다. 범인을 검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범죄를 예방하고 범죄 피해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하는 등 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도 경찰의 중요한 역할이다. 세간의 관심을 받는 주요 범죄에만 높은 평점을 주고, 잘 드러나지 않는 업무에는 낮은 평점을 준다면 정작 경찰의 도움을 받아야 할 서민들은 홀대를 받게 된다.

진정 국민을 위한 경찰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경찰의 현행 실적중심 평가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범인검거 실적과 같은 유형의 성과뿐 아니라 방범 순찰, 시민의 치안서비스 만족도 등 무형의 치안서비스를 평가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경찰의 반인권적 법집행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시민에 의한 감시제도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경찰 조사를 받은 피의자를 대상으로 가혹행위 등 인권침해 여부를 확인하는 ‘치안서비스 만족도 조사’ 같은 제도의 도입도 고려해볼 수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고문이나 가혹행위와 같은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하여 만일 인권침해 사례가 확인된다면 책임자 처벌과 아울러 법·제도적 측면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은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경찰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조직이다. 경찰이 잘해야 국민이 편안하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