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속보이는 물값 인상 계획

2013.01.01 20:40 입력 2013.01.01 23:25 수정
박창근 | 관동대 교수·토목공학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물을 팔아먹는 과정은 조선말기 시대상황을 풍자한 것이다. 꾸며낸 이야기이지만 건강한 웃음이 나온다. 그러나 현대판 봉이 김선달인 수자원공사가 벌이고 있는 물장사 사업은 여기저기서 삐걱거리는 꼴이 코웃음만 난다. 비록 현행법을 바탕으로 물장사를 하고 있지만, 강원도도 불만이고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등도 못마땅해 한다.정권 말기 어수선한 정국을 틈타 수자원공사(국토해양부)는 지난해 12월21일 물값을 대폭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수자원공사는 물값 인상 요인으로 노후화된 수도시설 보강, 물 과소비 방지 등 진부한 논리를 펴면서 광역상수도 및 댐용수 요금은 원가 대비 82% 수준이기 때문에 신규 수자원을 개발할 투자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올해 광역상수도와 댐용수 요금을 4.9%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2009년 수자원공사 국정감사에서 김건호 사장은 ‘재임 기간 동안 물값 인상은 없다’고 했는데, 2012년 10월 국정감사에서는 ‘물값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수자원공사 사장이 이렇게 말을 바꾼 이유는 뭘까.

[기고]속보이는 물값 인상 계획

작년 7월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11 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 평가’ 보고서를 살펴보자. 4대강 사업비 전액 8조원을 채권 발행으로 조달했고, 2조2000억원이 투입된 경인아라뱃길 투자와 분양단지 사업에 소요된 자금도 대부분 금융기관에서 차입했다. 그 결과 2007년 부채비율이 16%에서 2011년에 116%로 급증했다.

수자원공사가 4대강 사업 전에 초우량 공기업으로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세금이 지원된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봉이 김선달식 물장사 덕택이었다. 2011년 한해 동안 댐 사업으로 6483억원의 매출(물값과 전기판매금액)을 올렸고 매출 총이익은 3601억원에 이르렀다. 수도 사업의 매출액(물값)은 8551억원이고 매출총이익은 1121억원이었다. 세금으로 만들어진 댐과 광역상수도 시설을 기반으로 시민을 대상으로 물장사를 하는 것은 전형적인 공기업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과도한 이익은 시민들이 추가로 납부한 세금이다. 따라서 물값 현실화율이 원가 대비 82%라는 수자원공사의 셈법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수자원공사는 4대강 사업비 8조원에 대한 이자비용만 연간 4000억원에 이르지만, 아직까지 사업비 회수계획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4대강 사업 후속으로 부산시와 함께 에코델타시티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5조4000억원을 투입하여 6000억원의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장밋빛 그림만 있지 세부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게다가 경인아라뱃길에 대한 구체적 수입모델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에 깨끗하고 풍부한 물을 확보했음에도 수자원공사는 남강댐물을 부산에 공급할 계획을 수립해 현재 사업을 일부 진행 중이다. 낙동강물이 깨끗하지 못하기 때문에 새로운 취수원을 개발한다는 것이 사업 목적이고, 예산이 약 2조원에 이르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22조원의 예산으로 수질을 개선하겠다던 4대강 사업의 허구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수자원공사가 세금으로 물장사를 해서 돈을 잘 벌고 있는데도 이처럼 물값을 올리려는 것은 4대강 사업과 같이 잘못된 국책사업으로 진 빚을 갚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한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을 감추거나 완화하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고, 또 다른 물장사를 위한 기반 시설비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수자원공사는 손사래를 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물값 인상에 진정성이 없다. 수자원공사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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