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위기 협상 때 지인들 투입은 신중해야

2014.07.01 20:38 입력 2014.07.03 11:54 수정
황세웅 | 수원여대 교수·경찰청 위기협상 전문위원

[기고]위기 협상 때 지인들 투입은 신중해야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와 세월호 참사에 이어 22사단 총기난사 사고까지, 연이은 참사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하는 바이다. 이번 22사단 사고를 계기로 군의 관심병사 관리 체계나 부대 내 갈등관리 시스템 등 여러가지 문제점에 대해 전반적인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오늘 이런 부분이 아니라 위기상황 발생 시 현장대응에 관한 문제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군에서는 임 병장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임 병장이 부모님과 이야기하고 싶다고 하자 부모님을 모셔와 임 병장과 직접 이야기하도록 했고, 임 병장의 아버지는 임 병장에게 투항하라고 설득했다. 이처럼 위기협상 상황에서 협상대상자와 협상가 이외에 협상에 투입되는 사람을 제3중재자라고 한다. 가족이나 연인, 친구 등 대상자와 가까운 사람에서부터 종교지도자, 선생님, 지역 원로 등도 제3중재자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제3중재자는 위기협상가가 협상을 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투입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협상은 협상가가 진행해야 한다.

이와 관련한 사례를 한 가지 들어 보자. 십여년 전 충주 모여고에 칼을 든 범인이 난입해 수업 중이던 여고생들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인 일이 있었다. 경찰이 출동해 범인을 설득하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자 범인의 아버지를 모셔와 범인을 설득하도록 했다. 아버지는 창문을 통해 아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그런데 아버지이기 때문에 경찰보다는 범인을 더 잘 설득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경찰의 기대와 달리 아버지는 아들을 보자마자 “왜 여기서 또 이런 짓을 벌이고 있느냐?”며 호통을 치기 시작했고 이 소리를 들은 범인은 큰소리를 지르면서 인질들을 죽이겠다고 날뛰기 시작했다. 놀란 경찰은 급히 아버지를 빼내려고 했지만 아버지는 뒤로 물러나기를 거부하면서 더 큰소리로 아들을 야단쳤다. 결국 여러 명의 경찰이 아버지를 강제로 끌어내 상황이 일단락됐지만 자칫하면 인질들이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됐다.

보통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겠지만, 위기상황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가족이나 연인 등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거나 파탄에 이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을 가족이나 연인과 대면하게 하는 것은 대상자를 더 흥분하게 만들 수 있다. 위기상황에 있는 사람들은 강렬한 감정의 지배를 받고 있고, 감정에 지배당하고 있는 사람은 극단적 행동을 취할 수 있다. 따라서 위기상황에 있는 사람을 대할 때에는 무엇보다도 흥분된 감정을 가라앉혀 평정심을 찾게 하는 것이 선행돼야 하는데 제3중재자들은 상황을 이것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게 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입을 지양해야 한다.

그리고 위기협상의 절차와 방법, 대화와 설득 기법, 그리고 자살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방법 등 위기협상가가 알아야 할 여러 지식과 기법들이 있는데 일반인들은 이런 것들을 훈련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더더욱 함부로 협상에 투입해서는 안 된다. 이런 모든 문제점에도 제3중재자를 투입해야 할 상황이라면 투입에 앞서 제3중재자와 면밀한 면담을 실시하고 철저한 분석을 거쳐 투입해야 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 또한 투입에 앞서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 등에 대해 간단한 팁을 주도록 해야 한다.

지난 세월호 사태에서도 여실히 드러났지만 평상 시 위기상황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반복 훈련이 되어 있지 않으면 막상 사건이 터졌을 때 적절하게 대응하기 매우 어렵다. 군에서도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아 앞으로 철저히 대비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며, 혹시라도 다시 발생하면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상황을 해결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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