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심한 경찰, 시민은 떨고있다

2002.05.01 18:15

취객 등 7명을 무참히 살해한 범인들과 여성 5명을 살해해 시신을 차에 싣고 다니던 범인들이 모두 붙잡혔지만 시민들의 불안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월드컵을 앞두고 경찰이 ‘완벽치안’을 호언했던 것과는 달리 지난 연말부터 총기탈취 및 무장은행강도 사건에 이어 근래에는 ‘막가파식’ 연쇄살인이 끊이질 않는 등 치안망에 구멍이 뚫렸기 때문이다. 특히 범행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의 한심한 대응태세는 경찰의 치안확보 능력에 근본적인 회의마저 들게 한다.

엊그제 경북 칠곡의 인질사건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의 수모는 차마 입에 올리기도 부끄러울 정도다. 사람의 생명이 걸린 위험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2명이 도대체 어떻게 했기에 한명의 인질범에게 권총을 모두 빼앗기고 수갑까지 채워져 거꾸로 인질이 됐다는 말인가. 범인 제압은커녕 그가 자살해 그나마 경찰관 등 다른 인명피해가 없었던 것이나 다행으로 여겨야 할 판이니 이런 경찰을 믿고 어떻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민간 경비업체 직원들이 애써 잡아놓은 여성 5명 연쇄살인범 중 한명을 경찰이 한때 놓친 것도 마찬가지다. 사정이 있었다지만 규칙상 사건 현장에는 2인 이상이 출동하게 돼 있는데도 이날 경찰은 한명만 나타났다. 그 경찰은 범인들에게 수갑도 채우지 않고 차에는 키마저 꽂아뒀다. 이는 “어서 달아나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민간 경비업체 직원들이 달아나던 범인 중 한명을 다시 잡아줬으니 망정이지 또 얼마나 많은 여성이 희생됐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경찰이 범인들에게 총기를 빼앗기거나 얻어맞는 등 창피를 당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경찰은 장비나 인력만을 탓할 것이 아니다. 이는 현재의 경찰이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전문직업인으로서의 기능과 정신자세를 갖추었느냐는 근본적인 문제이다. 안이한 정신과 아마추어 솜씨로는 경찰 자신의 안전조차 보장할 수 없다. 프로 경찰로서의 기능과 정신자세를 확보하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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