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랏돈 29억원이나 빼내 쓴 공무원

2006.09.01 18:20

엊그제 보도된 철도청 직원 최모씨의 공금횡령 사건을 들여다보면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최씨 개인의 부도덕성에 화가 나기 보다는 어떻게 한두 푼도 아닌 수억원의 나랏돈 집행이 그처럼 허술하게 이뤄질 수 있는지 충격적이다.

최씨는 학교를 졸업하고 철도청에 들어간 지 2년 만에 범행을 시작해 2년 동안 무려 29억원을 횡령했다. 철로 확장공사 때 자신이 담당한 공사 구간 내에 옮겨야할 시설물이 있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이전비용 등을 가로채는 수법을 썼다. 처음에는 서류를 위조해 1억3천만원을 타낸 뒤 발각되지 않자 점차 대담해져 3억원, 8억원, 16억원 등 갈수록 큰 돈을 빼냈다. 그리고 마지막 범행을 한 뒤 4년 만에 감사원 감사팀에 꼬리가 잡혀 범행 전모가 들통났다.

최씨의 범행은 한마디로 감독 소홀에서 빚어진 것이다. 감사원이 이번 사건의 단서를 포착하게 된 것은 최씨가 맡은 공사구간의 시설물 이전비용이 다른 구간에 비해 지나치게 많다는 사실을 의심한 데서 비롯됐다. 감사원 감사팀이 의심을 할 정도로 비용이 많이 신청됐는데 최씨가 올린 서류를 결재한 현장간부들이 아무 의심없이 도장을 찍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잘 이해되지 않는다. 경찰이 관련자들을 철저하게 수사해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철도청 감사팀은 최씨가 드러내놓고 자신의 부친 계좌로 대금을 청구했는데도 감사에서 이를 적발하지 못했다. 최씨가 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등 씀씀이가 헤퍼 의심을 둘 만도 했지만 철도청은 의심은커녕 그가 범죄를 저지르는 기간 중에 표창까지 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우리나라 국고 집행 절차가 이처럼 담당 직원 한 명이 마음만 먹으면 빼돌릴 만큼 허술하게 돼 있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기관의 감사도 이런 간 큰 도적질에 무용지물이었다니 국민은 누구를 믿고 세금을 내야할지 화가 난다. 감사원 감사팀에 적발되지 않았다면 최씨의 범행은 결국 완전범죄로 끝날 뻔했다. 감사원은 최씨의 신병을 경찰에 넘긴 것으로 끝내서는 안된다. 철도청에 대한 특감이라도 벌여 유사한 비리가 없는지 살피고 동시에 선량한 대다수 직원들의 실추된 명예도 회복시켜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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