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용낮은 사람 보험가입 제한 문제있다

2007.01.01 17:23

금호생명이 올 상반기부터 시행하려고 검토했던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에 대한 보험가입 제한을 백지화하기로 했다고 한다. 자세한 속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반대 여론이 부담이 됐든 다른 이유에서했든 결과적으로 잘한 결정이다.

얼마전 생명보험사들이 보험 가입 때 신용등급을 반영해 가입액을 제한하는 움직임이 확산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소비자단체 등이 강하게 반대하고 나선 바 있다. 보험사들은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보험금 지급률이 평균보다 높고 보험료 연체나 보험사기 가능성도 높다면서 가입액 한도를 차별화해 낮추려고 한다. 반면 소비자단체들은 건강을 담보로 하는 생보 상품에 개인의 재무상태를 기준으로 차별하는 것은 부당하며 사적 사회안전망의 하나인 보험의 공적기능을 도외시하는 처사라며 비판한다.

실제로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은 금융기관 대출을 연체하는 등 경제 사정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보험료를 연체하거나 건강이 나빠질 확률도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해서 연령이나 건강 여부 등 분명한 기준이 아닌 잣대로 고객을 차별화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자세다. 대출 등 금융거래 때 신용등급을 활용하도록 한 취지에도 맞지 않다. 보험사기는 사고 발생 때 조사를 철저히 해 사기가 발붙일 여지를 줄이는 것이 정도이며 신용등급이 낮은 계층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차별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발상은 곤란하다. 보험사가 책임질 일은 아니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은 어떤 형태로든 사회 안전망의 도움을 다른 사람들 보다 더 필요로 하는 계층이기도 하다.

손해보험과 생명보험을 막론하고 과거부터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보험사에 대해 갖는 불신은 크다. 사고가 나면 보험금을 적게 주기 위해 소송을 내는 등 고객을 괴롭히거나, 장기 무사고 운전자처럼 수익에 보탬이 되지 않는 경우는 아예 가입을 잘 받아주지 않는 등 부정적 이미지를 자초하는 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다. 모두가 눈 앞의 수익성만 보고 보험의 공적 기능을 가벼이 여기거나 고객을 홀대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행태들 때문에 미래의 위험에 대비할 수 있게 하는 보험 본래의 고마운 기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신 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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