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끝까지 미국에 끌려다닌 한·미FTA협상

2007.04.01 17:58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협상 시한이 31일 새벽에서 48시간 연장된 것은 미국에 끌려다닌 이번 협상의 모양새를 다시 한번 극명하게 드러낸 사례다. ‘협상시한의 연장은 없다’던 정부 방침은 몇 시간 뒤에 뒤집혔다.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해 협상시한을 연장키로 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지만 미국이 내놓은 예상 밖의 시한연장 제의에 끌려간 꼴이다.

이번 협상은 애초부터 미국이 정한 무역촉진권한(TPA)에 따른 의회통보 시한에 맞춰 협상이 진행됐다는 데 문제가 있었다. 미국이야 그들의 국내법 절차에 의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손치더라도 우리 정부가 시종일관 이 시한에 매달려 협상을 진행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태도였다. 그 결과 미국 의회통보 시한을 불변의 협상시한으로 믿고 최후의 카드를 내민 우리 정부가 미국에 허를 찔린 셈이다.

협상장으로부터 들려오는 시한연장의 과정은 참으로 씁쓸하다. 미국은 애초 주말에 의회가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TPA가 정한 시한보다 이틀 앞당겨 매듭짓자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미국이 마지막 순간에 의회의 협조를 얻을 수 있으니 이틀 더 연장하자고 태도를 바꿨다. 10㎞ 경주로 알고 골인지점까지 달려온 선수에게 마지막 순간에 몇 바퀴 더 뛰도록 한 셈이다. 우리 정부는 애초부터 이번 경기가 마라톤 경주라는 자세로 뛰어야 한다는 충고를 외면했다. 결국 협상 타결에 목을 맨 우리 정부의 자세를 이용해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 한 미국의 새로운 압박에 당한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당당하지 못한 협상 태도가 낳은 결과다.

사실 미국은 지금까지 진행된 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핵심으로 요구하는 사안에 관해서는 시간이 갈수록 반대입장을 더 강화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안에 매달리는 우리 정부로부터 양보를 더 받아내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제대로 된 협상 자세였다면 미국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우리 대표단은 진작에 그 의도를 간파하고 협상 중단도 불사하는 단호한 대응책을 강구했어야 한다. 이번 협상은 처음부터 협상 타결을 전제로 상대가 정한 시한에 매달린 결과 협상의 주도권을 빼앗긴 가운데 진행돼 왔다는 점에서 전략 부재와 졸속을 그대로 드러낸 형국이다. 이런 불균형 협상의 과정과 내막을 낱낱이 밝히고 책임을 묻는 것은 정치권의 몫이다. 그것이 이번 협상을 걱정어린 시선으로 지켜보아온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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