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운하는 진실과 거짓의 문제”라는 외침

2008.02.01 17:49

앞으로 쓰일 우리 국토사(史)에 매우 의미있는 행사로 기록될 모임 하나가 엊그제 서울대에서 열렸다. 경제·과학기술 분야 중심의 서울대 교수들이 모여 처음으로 전문가 토론회를 가진 것이다. 교수들은 토론회에 이어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 모임’이라는 공식 기구를 발족할 예정인데, 이미 150여명이 발기인으로 서명했다고 한다. 한국 최고의 지식인 집단에서 특정 국책사업에 반대하는 별도 모임을 결성한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데다 적극적 조직적 반대 운동에 나선다고 하니 사안의 중대성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날 토론회에서 사회를 맡은 이현숙 교수는 “발기인에 참여한 많은 교수들이 대선에서 이명박 당선인을 찍은 사람들”이라며 “대운하는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진실과 거짓의 문제”라고 말했다. 전적으로 동감이다. 대운하는 참여정부에 대한 심판이나 좌우 이념 편향성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문제다. 경제사회적, 환경공학적 차원에서 운하가 우리 국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지 지식인·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검토와 논쟁을 벌여 결론 내리면 된다. 그런데 지금까지 대운하 논쟁은 이명박 당선인 측의 몇몇 전문가들이 정치적 목적에서 쏟아내는 왜곡된 논리에 의해 진실이 가려져왔다. 가령 배를 띄우려면 수심이 어떻든 6~9는 돼야해 지금의 강 바닥을 긁어내는 것 외에 다른 도리가 없는 데도 “맨 바닥을 긁는 게 아니라 있는 물길을 그대로 잇는 것”이라고 호도하는 게 한 예다. 전문가가 나서서 이런 거짓 논리를 하나하나 벗겨주지 않으면 진실이 무엇인지 알기 어려운 게 운하 논쟁인 것이다.

서울대 교수들의 운동은 돌이킬 수 없는 국토 파괴가 예상되는 운하의 졸속 추진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는 양심의 외침이다. 나라의 장래를 위해 내는 지식인의 실천적 목소리다. 국가 지도자라면 겸허하게 새겨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