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 구조조정위 부활 서둘러야

2008.12.01 00:51

정부가 외환위기 때 부실기업의 퇴출 여부를 판정했던 기업구조조정위원회의 부활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경기침체로 인한 연쇄부실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더욱 공정하고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총괄할 기구가 필요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부실 기업을 정리하겠다는 건지, 살리겠다는 건지 알 수 없게 엇갈린 신호로 시장을 헷갈리게 했던 정부가 이제라도 구조조정위 부활을 검토하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우리 경제는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며 정부가 팔짱만 끼고 있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금융위기가 실물을 때리고, 다시 실물이 금융을 흔들며 경제를 더 끌어내리는 악순환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 돈줄이 마르면서 한계기업이 속출하고, 그 바람에 은행이 돈줄을 더 죄면서 멀쩡한 기업까지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정부가 분명한 원칙과 방향을 제시해야 할 필요성은 바로 이러한 절박성에 있다. 하지만 정부는 엄중한 경제현실을 외면한 채 시장 자율의 뒤에 숨어 오락가락했다. 건설·조선업의 구조조정을 금융권에 맡긴 대주단(채권단) 협약이 표류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 구조조정의 성패는 공정한 기준에 따라 엄정하고도 신속하게 옥석을 가리는 데에 있다. 더구나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정부가 뚜렷한 정책방향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기업의 생사여탈을 쥔 기관이 권위를 인정받기 힘들다. 물론 정부로서는 환란과는 다른 상황에서 환란의 해법을 차용한다는 부담이 있겠지만,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측면 지원하는 방식이라면 미룰 명분을 찾기 힘든 게 우리의 경제현실이다.

정책 불신이 경제위기를 부채질했다는 점에서 구조조정위 검토는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금융과 실물의 연쇄부실이 우려되는 상황에선 선제적 대응으로 볼 수도 있다. 건설·조선의 대주단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한시도 어물어물할 여유가 없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는 경제위기에 대해 ‘신중한 서두름’을 대응지침으로 밝힌 바 있다. 우리는 이미 구조조정위를 경험했다. 지금은 서두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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