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남 편중 인사 이대로 방치할 텐가

2009.02.19 00:58

김진표 민주당 최고위원이 엊그제 이명박 정부의 장·차관과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주요 공공기관장·감사 322명의 출신지를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2월 기준으로 지역이 확인되지 않은 7명을 제외한 315명의 45%인 142명이 영남 출신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대구·경북(TK) 출신이 82명이다. 서울·경기(63명), 충청(45명), 호남(44명), 강원(14명)이 그뒤를 이었다. 영남 편중이 정점을 이뤘던 1980년대 전두환 정권 때 43%를 상회한다.

편중도 편중이지만 내용은 더 심각하다. 국정원장과 검찰총장, 국세청 차장(청장 승진 유력), 경찰청장 등 4대 권력 기관장과 법무장관, 청와대 민정수석을 포함한 사정기관 라인이 100% 영남 인사로 채워졌다. 경향신문이 4대 권력 기관의 주요 보직 14명을 분석한 결과도 대통령의 고향인 영남과 모교인 고려대 출신이 각각 절반인 7명으로 나왔다. 지연이나 학연으로 얽히지 않은 인사는 4명에 불과했다. 인사마저도 20, 30년 전으로 퇴행하고 있는 것 같아 심히 우려스럽다.

역대 정권에서 경험한 대로 편중 인사는 독선적 국정운영의 결과이자, 이를 부추기는 요인이기도 하다. 끼리끼리 문화는 필연적으로 소통·타협보다 분열·대결을 부르기 때문이다. 기관장들의 지역 편중이 타 지역 출신들의 소외로 이어지고, 국민 통합은 뒷전으로 밀렸던 사례가 허다하다. 더 나아가 사정기관장들을 모두 영남 인사들로 배치한 것은 강권·공안정치를 넘어 철권정치를 펴겠다는 엄포로 봐도 무방한 것 아닌가. 청와대 인사비서관실마저 행정관급 이상 10명 중 8명이 영남 출신이라니 당장 개선을 기대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인사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알리고 구현하려는 중요한 수단의 하나다. 지역 편중인사는 집권 초부터 ‘잃어버린 10년’ 타령으로 정치사회적 갈등을 촉발하고 이 과정에서 맞닥뜨린 저항에 방어와 역주행으로 일관하다 보니 빚어진 악순환이 아닌가 싶다. 이러고도 ‘MB 법안’ 처리 지연으로 경제 살리기가 속도를 못낸다며 국회 탓만 할 건가. 국정은 결국 사람의 문제이고, 인사는 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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