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 기조의 근본적 변화가 절실하다

2009.05.01 02:41

한나라당과 청와대 등 여권이 4·29 재·보선 참패의 수렁에 빠졌다. 청와대는 향후 국정 드라이브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고, 한나라당은 내놓고 자성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인적·제도적 쇄신론이 나오지만 충격이 워낙 큰 탓인지 그 파장은 미약하다. 잔뜩 풀이 죽은 거대 여당의 모습에서 준엄한 국민의 심판을 실감한다. 이대로 가다간 여권이 스스로 활로를 모색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다.

여권의 방향타 상실은 재·보선 참패의 본질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번 선거는 이명박 정권이 대선과 총선에서 거둔 ‘압승’에 도취해 밀어붙이기로 일관하고, ‘MB식 법치’를 앞세워 민주주의의 근간마저 훼손한 데 대한 엄중한 심판이다. 현 정권이 지난 1년간 보여준 독선과 독주에 따른 업보인 것이다. 이러한 본질을 외면한 채 당 지도부의 리더십 한계니, 친이(親李)·친박(親朴)의 내전 탓이니, 공천 잘못이니 하는 식으로 곁가지만 추스르고 있다면 뾰족한 해법을 찾기 어렵다.

더욱 가관인 것은 청와대 대응이다. 청와대는 흔히 있을 법한 ‘겸허한 민심 수용’이라는 논평 한마디 내놓지 않고 있다. 고작 한다는 소리가 “(선거 결과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정도다. 이것이 국정운영에 책임진 정치세력의 자세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고도 “좌고우면하거나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겠다”고 하니 앞으로도 민심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지난 과오를 되풀이하겠다는 얘긴가. 오기이고, 오만이다. 혹여 참패의 원인이 총체적 국정 실패 때문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속내라면 백약이 무효다.

선거는 민심을 헤아리는 제1의 척도다. 전국 10개 시·도 16개 선거구에서 치러진 전국선거축약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민심은 지금 이명박 정권의 일대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국정운영의 기조와 정책에 근본적 손질이 불가피해졌다. 그러한 인식전환 없이 인적쇄신이니 제도쇄신이니 부산을 떠는 것은 본질을 제쳐두고 지엽에 매달리는 꼴이다. 이대로는 여권은 물론 국민의 미래도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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