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거사 반성은커녕 맞받아치는 검찰

2010.07.01 23:04

검찰이 최근 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죽산 조봉암 사건 재심을 권고한 진실화해위 결정을 비판했다는 보도다. 검찰은 의견서에서 진실화해위 재심 권고를 “엄격한 증거보다 역사적·주관적 가치판단에 근거한 결정” “결론에 맞춘 궤변”이라고 주장했다.

참으로 부끄러움을 모르는 검찰이다. 조봉암 사건은 1959년 이승만 대통령이 최대 정적인 야당 정치인에게 간첩죄를 뒤집어씌워 사형시킨 검찰과 사법부의 대표적인 어두운 과거사이다. 지난 역사에서 이 같은 민간인 학살, 간첩·용공조작 사건 등 국가 권력의 횡포 사례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진실화해위는 무고한 국민에게 고통을 안겨 준 이런 사건들을 찾아 진실을 규명하고, 과오를 인정하고, 진심어린 화해를 이뤄내자는 뜻에서 2005년 여야 합의로 출범시킨 독립된 과거사 정리 기관이다. 그런 부끄러운 과거 청산에 공동책임을 져야 할 검찰이 과거사위에 힘을 실어주기는커녕 오히려 폄훼했다니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그동안 국정원·경찰·국방부 등 과거사에 책임이 있는 모든 국가기관이 스스로 과거사조사위를 설치하며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고 다시 태어나겠다는 의지라도 보였지만 유독 검찰만 나몰라라 하며 수수방관해왔다. 이도 모자라 검찰은 의견서에서 진실화해위 결정을 토대로 무죄를 선고한 하급심의 다른 재심 판결에 대해 “사법권 일부가 진실화해위로 이양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냉소하는 태도까지 보였다고 한다. 그저 기가 막힐 뿐이다.

검찰의 이런 태도는 보수 정권 교체후 표변했다는 데 사안의 심각성이 있다. 검찰은 전임 정부에서는 진실위 결정이나 법원의 재심 판결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이 정부 들어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등 재심 무죄 판결에 불복해 항소·상고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당시 범행을 자백했다” “무죄라 볼 만한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고 있으나 고문 등 국가 폭력에 의해 조작된 증거임이 뚜렷해진 상황에서 군색하기 짝이 없다. 가까스로 원통함을 풀게 된 희생자 가족들의 상처를 다시 후벼 파는 또 다른 국가 권력의 횡포라 아니할 수 없다. 검찰은 걸핏하면 ‘새롭게 태어나겠다’고 다짐하지만 이러고서야 믿을 수 없다. 가뜩이나 검찰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마당에 이젠 과거사까지 발로 걷어차고 있으니 이런 오만한 모습을 언제까지 지켜만 봐야 할지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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