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결국 용두사미로 끝난 ‘스폰서 특검’

2010.09.28 22:54

민경식 특별검사팀이 어제 한승철 전 대검 감찰부장과 현직 부장검사 2명, 평검사 1명 등 전·현직 검사 4명을 기소하는 것으로 55일간의 ‘스폰서 검사’ 의혹 수사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스폰서 검사 의혹 사건의 시발점인 박기준 전 부산지검장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내에 접대받은 사실이 없다는 이유로 공소권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검사들의 비위를 고발하는 내용의 진정서를 팩스로 받고도 묵살한 황희철 법무부 차관에게는 팩스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우리 사회의 공공연한 비밀인 ‘검사 스폰서’ 실태를 밝혀 사법 정의의 디딤돌을 놔주기를 바랐던 것과는 한참 거리가 있는 결과다. 100여명의 검사가 연루된 사건을 캔 것이 이 정도라면 특검을 도입할 이유가 없었다는 게 세간의 평이다.

사실 이번 특검팀에 대해서는 기대 못지않게 우려도 컸다. 건설업자 정모씨가 밝힌 접대 의혹 중 공소시효가 남아 기소가 가능한 범죄 혐의만을 수사대상으로 삼겠다고 선을 그은 데서 결과는 예견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찰 출신이 아닌 특별검사보와 파견 검사들 간의 알력과 갈등도 수사력을 반감시켰다. 특검팀은 박 전 지검장을 공개소환하겠다고 했지만 검찰에서 파견된 검사는 소환 시간 3시간 전 특검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그를 들여보냈다. 현직 검사에게 선배 검사의 처분을 맡기는 안이한 조직운영으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긴 어려웠을 듯하다. 민 특검이 황 차관을 특검 사무실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직접 조사한 것도 특검의 한계를 드러낸 전형적인 봐주기 수사였다. 검사들의 성매매 의혹과 관련해서는 수사에 앞서 진행됐던 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보다 후퇴했다.

이번 수사로 ‘특검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런가 하면 특검의 수사 의지와 역량이 문제이지 제도의 허점을 탓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검찰과 권력자, 대기업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 특검 수사의 결과라면 특검 제도에 대한 근본적 보완 또는 대안 모색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현직 검사들을 대거 합류시킴으로써 검찰의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특검 운영은 당장 개선돼야 한다.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나 상설특검 등 독립적·상시적인 수사기관 설치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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