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 제보의 새 장을 연 ‘경향리크스’

2011.04.01 21:05 입력 2011.04.01 21:27 수정

소송서류 등에 붙이는 수입인지·증지를 재사용하는 수법으로 수천만원대의 국고를 축내온 법원 직원들이 적발됐다. 이들은 기존의 소송 서류에서 헌 인지를 떼어내 갖고 있다가 민원인이 새 인지를 붙여 제출하면 헌 인지로 바꿔치기 하는 수법으로 인지대를 받아챙겼다. 지금까지 조사 결과로만 4개 지방법원과 7개 지원, 5개 시·군법원 등 16개 기관에서 모두 2만6000여건에 9억6000만원 상당의 인지가 뜯겨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연간 소송 건수가 500만건, 등기는 1000만건이 넘는 것으로 볼 때 실제 국고 누수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경향신문이 최근 개설한 공익제보 사이트 ‘경향리크스’에 제보된 내용을 확인한 결과 처음 밝혀진 사실이다.

이번 비리는 제보자의 고발이 없었으면 밝혀내기 어려운 내부 비리다. 제보자가 “전국의 거의 모든 법원에서 인지·증지 바꿔치기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듯이 내부에서는 공공연한 비리라도 외부에는 드러나지 않는 일이 허다하다. 문제 제기를 했더라도 조직의 명예를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덮기 십상이다. 하지만 내부 고발에는 이런 비리와 은폐 시도를 무력화시키는 힘이 있다. 선진국들이 내부 고발을 장려·보상하고 고발자를 보호하는 것은 내부 고발의 이런 공익 제고 기능 때문이다.

‘경향리크스’ 개설 10일 만에 40여건의 제보가 들어온 데서도 나타나듯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부패의 그림자가 도처에 드리워져 있다. 권력자의 횡포에서부터 관료들의 사익추구,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특권층과 기득권세력의 각종 불·탈법과 권력남용, 상급자의 인권 침해 등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정부의 공정사회 구호가 공허하게 들리는 것도 이처럼 사회 저변에 관행화하고 구조화한 비리 때문이다. 선량한 시민들이 손해보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내부 고발이 활성화돼야 하는 이유다.

거대한 조직 내에서 개인의 힘은 미약하지만, 진실을 알고 있는 개인의 힘은 작지 않다. 누구도 감히 하지 못했던 권력집단의 각종 불법행위를 생생히 폭로한 위키리크스의 사례가 이를 입증했다. 내부 고발의 성패는 고발자에 대한 완벽한 신상 보호에 있다. 경향리크스는 위키리크스와 마찬가지로 사이트 운용 서버를 스웨덴에 두어 접속자 추적이 불가능하도록 했다. 진실은 공개되는 것 자체로 힘을 갖지만, 진실이 공개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더욱 투명해질 것이다. ‘경향리크스’는 공공의 이익이라는 가치를 준거로 삼아 특권과 반칙이 없는 투명사회를 구현하자는 취지에서 개설됐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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