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볼썽사나운 한나라당의 ‘호남 배제’ 논란

2011.08.01 21:16

한나라당이 지명직 최고위원의 지역 할당을 놓고 벌써 며칠째 ‘호남 배제’ 논란을 벌이고 있다. 홍준표 대표가 충청권 인사인 홍문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과 정우택 전 충북지사를 지명하려 하자 당내 친박계와 호남권 인사들이 ‘호남 포기가 아니냐’며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궁지에 몰린 홍 대표가 “총선에서 의석이 나올 수 있는 충청권을 배려하겠다”고 단언한 게 사태를 악화시켰다. 쇄신을 다짐했던 홍 대표 체제의 지도부가 선거철을 앞두고 구태를 재연하는 듯해 씁쓸하다.

최고위원의 지역 할당제가 그 자체로 목적일 수는 없다. 호남 출신의 한나라당 지도부가 지역 민심을 대변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활동해온 게 그간의 경험칙이다. 할당제가 지역과 정당을 접목시키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이 아닌 정치적 흥정물로 전락한 데서 초래된 부정적 단면이다. 반대로 긍정적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국가나 당 운영에 있어 각료나 지도부를 지역적으로 고루 포진시키는 것 자체가 통합·화해의 메시지를 담기 때문이다. 같은 대통령제를 취하고 있으면서도 연방제라는 권력구조 특성상 엽관제를 도입한 미국과 우리의 차이다. 결국 지역 할당제는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모양을 달리하는 빈 그릇과 같은 존재라 하겠다.

그런 맥락에서 할당제를 내년 총선에서 표와 맞바꾸겠다고 천명한 홍 대표의 발상은 문제가 있다. 홍 대표가 판세가 불리해진 내년 총선에서 아예 노골적인 ‘호남 포위’ 전략, 즉 지역주의를 구사하려 한다는 지적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그렇잖아도 이명박 정부가 각료 구성에서 보여준 호남 배려는 권위주의 정권 시절만 못하고, 한나라당 지도부에 포진한 호남 인사의 비율은 민주당의 집권 시절을 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터가 아닌가.

이런 와중에 호남 출신 한나라당 비례대표 이정현 의원이 호남 배제론에 맞서 내년 총선에서 광주의 지역구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그 밑자락에는 ‘호남 예산 지킴이’로 불릴 만큼 호남에 쏟아온 의정활동에 대한 기대가 깔려 있다고 한다. 결과야 지켜봐야겠지만 그의 출사표가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홍 대표로 인해 불거진 호남 배제 논란은 지역 정서나 유권자들의 견해와는 관계없는 ‘그들만의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가 다가오면 으레 나오는 ‘전국정당화’라는 구호조차 현 여권 내에서는 거의 들리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