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래도 방송파업이 일반 노사문제인가

2012.04.01 21:10

공정방송, 낙하산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 중인 KBS 새노조가 독자 뉴스인 <리셋 KBS 뉴스9>를 통해 정국을 뒤흔든 불법사찰 문건을 특종보도했다는 것은 역설적이며 의미심장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만약 KBS가 파업이 아닌 정상적인 상태였다면, 즉 보도기능이 김인규 사장 통제 아래 있었다면 이런 특종이 가능했을까. 가정에 입각해서 추론하는 건 피하는 게 좋다지만 그래도 해 본다면 “절대로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우리의 견해다. 단독 취재는 했더라도 방송이 나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지난 2년여 동안 KBS 보도의 편파·왜곡·누락 사례에 비추어 그렇다. 4대강 사업, 천안함 사건, 한·미 FTA, 제주 해군기지, 한진중공업 사태 등 숱한 사안에서 얼마나 많은 편향과 편파 보도가 자행되었던가.

<리셋 KBS 뉴스9>는 이 특종을 통해 공영방송 KBS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이 정권에 의해 어떻게 유린됐는지를 밝혀냈다. 2009년 8월25일 작성된 ‘KBS, YTN, MBC 임원진 교체 방향 보고’란 문건의 비고란엔 ‘BH(청와대) 하명’이란 표기가 돼 있다. 청와대가 직접 불법사찰을 지시했으며 방송·언론사 사장 인사에 개입했음을 이만큼 분명하게 보여주는 증거는 없다. 김 사장 취임 한 달 뒤인 2009년 12월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동향 보고는 “(김 사장이) KBS 색깔을 바꾸고 인사와 조직개편을 거쳐 조직을 장악한 후 수신료 현실화 등 개혁과제 추진 예정”이라고 돼 있다. YTN 동향 자료에서는 배석규 당시 사장 직무대행에 대해 “강단과 지모를 겸비”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과 YTN 개혁에 몸을 바칠 각오가 돋보임”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우리가 얼마나 기가 막힌 언론통제의 시대를 살고 있는지 모골이 송연해진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럼에도 얼마 전 방송파업에 대해 “대통령이 언급하면 오히려 간섭이 될 수 있다”며 회사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치 자신은 파업사태와 아무 상관도 없다는 투였다. 그러나 이제 분명한 증거가 나왔으니 태도를 바꿔야 한다. 낙하산 사장들도 이쯤 되면 자신들의 후안무치를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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