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에게 희망 줄 수 있는 헌재소장감 찾아야

2013.02.14 21:23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결국 사퇴했다. 후보자로 지명된 지 41일 만이다. 이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특정업무경비의 개인적 전용, 배우자 동반 해외출장, 위장전입을 비롯한 수십 건의 의혹에 휩싸였다. 국민들은 헌법기관 수장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일찌감치 도달했다. 이 후보자는 그럼에도 ‘특정업무경비 3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며 사퇴를 거부하는 몽니를 부렸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 새누리당은 ‘이동흡 폭탄’을 서로 떠넘기며 사태 악화에 일조했다.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이 후보자가 물러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대통령 임기가 열흘밖에 남지 않은 만큼 새로운 후보자 지명은 박 당선인 몫으로 돌아가게 됐다. 지난달 21일부터 공석 상태인 헌재소장 자리를 오래 비워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조속한 인선보다 더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제대로 된’ 인선이다. 극단적 비밀주의와 부실한 인사검증이 낳은 참사는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와 이 후보자의 낙마로 충분하다. 밀봉 인사에서 벗어나 널리 의견을 듣고 인재를 구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동흡 사태의 재연을 방지하고 추락한 헌재의 위상을 회복시킬 수 있다.

새 후보자를 고르기 전 박 당선인은 헌재의 사명이 무엇인지 돌아보기 바란다. 헌재는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이다. 입법권과 행정권 남용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한 가닥 희망을 갖고 헌재의 문을 두드린다. 헌재소장에게 도덕성과 청렴성은 기본적 자질에 불과할 뿐이다. 가장 중요한 덕목은 헌법적 가치에 대한 소신과 철학, 다수·주류에 휘둘리지 않는 균형감각이다. 이러한 덕목을 갖춰야 힘없고 약한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다. 우리가 이 후보자 지명 직후 부적격 판단을 내리고 지명 철회를 요구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도덕성 문제와 별개로 헌법정신에 대한 편향된 시각과 체제순응적 법해석 때문에 헌재소장 자격이 없다고 본 것이다.

박 당선인은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를 두고 ‘신상 털기’에 비유하며 비판적 견해를 밝혀왔다. 김용준·이동흡 후보자의 낙마로 정권 출범의 로드맵이 어그러진 게 원망스러웠을 법하다. 하지만 인사청문회 제도가 한국 공직사회의 풍토를 긍정적으로 변화시켜왔다는 데 이의를 다는 이는 거의 없다. 박 당선인이 헌재의 사명을 숙고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차기 헌재 수장을 선택한다면 청문회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