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16 쿠데타’ 사실도 외면하는 장관 후보자들

2013.03.01 21:05

박근혜 정부의 몇몇 장관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5·16 쿠데타’에 대한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고 한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서남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 3인이 그들이다. 이 중 황 후보자는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군사정변이라는 데)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고 한 발 물러섰으나 유·서 두 후보자는 끝까지 버텼다. 이것이 혹여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일각에서 내놓은 ‘역사의 전쟁’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는 징후는 아닌지 걱정스럽다.

세 후보자의 민주주의와 헌법적 가치에 대한 인식 결여를 놓고 경중을 따지기는 어렵지만 가장 걱정스러운 이는 서 후보자인 것 같다. 교육부 장관은 교과서 개편과 수정의 최종 권한을 갖고 있다. 이명박 정권 시절인 지난 1월에만 해도 교육부 장관의 교과서 수정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법안을 입법예고하는 등 역사를 정권의 입맛대로 고치려는 시도는 간단없이 이어져왔다. 서 후보자가 정치적 중립을 답변 회피 사유로 들었으나 정치적 중립이야말로 교과서가 서술하고 있는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설사 야당 의원들의 질의가 다소 정치공세의 성격을 띠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대답을 회피하는 것은 똑같은 정치적 대응에 불과하다. 박 대통령이 취임사를 통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역설하는 등 ‘박정희 그림자’가 곳곳에 어른거리는 상황이다. 마치 대통령의 심기를 헤아리느라 눈치를 보는 듯한 세 후보를 지켜봐야 하는 마음은 참담하다.

‘5·16 쿠데타’ 논쟁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5·16의 장본인인 박정희 집권 시절부터 전두환·노태우 정부에 이르기까지 군사정권은 국정 역사교과서에서 5·16을 ‘혁명’으로 미화했으나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6년 이후로는 ‘군사정변’으로 명시하고 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는 박근혜 대선 후보조차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이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대한민국 정치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고통 치유를 위한 노력을 다짐했을 정도다. 박 후보는 한때 5·16을 “구국의 혁명”이라며 반전을 시도했으나 역풍을 맞았을 뿐이다.

5·16을 ‘쿠데타’라고 말하지 못하는 장관 후보자들이 국민의 공복이라는 무거운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고 믿기 어렵다. 그렇잖아도 박 대통령은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꾀할 것이고, 이를 위해 역사 뒤집기를 시도할 수도 있다는 의구심을 받고 있는 처지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역사는 길고 정권은 유한하다. 권력에 눈이 어두워 일시적으로 국민들의 눈을 가릴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있는 한 왜곡된 역사는 바로잡히기 마련이다. 무소불위의 정권이라도 역사를 이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분명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소신조차 당당히 못 밝히는 후보자 3인이 국정을 담당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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