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중 FTA마저 장밋빛 환상에 기댈 건가

2014.07.01 20:28

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때 양국 경제분야 최대 현안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양국 FTA 협상이 시작된 지 2년이 지났지만 본협상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현 상태라면 당초 목표인 연내 타결은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교착상태에 빠진 FTA 협상의 탈출구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시간에 쫓겨 서두를 일이 아니다. 한·중 FTA는 미국이나 유럽연합과의 협상보다 파급력이 훨씬 크다. FTA 지상주의에 매몰돼 졸속협상을 맺을 경우 그 부작용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양국 FTA 협상은 1부 능선을 넘었을 뿐이다. 그간 11차례 협상을 통해 개방 폭을 품목수 기준 90%(수입액 기준 85%)로 하자는 데 합의했지만 2차 본협상에서 브레이크가 걸려 있다. 구체적인 개방대상 품목과 일정을 놓고 양측의 샅바싸움이 한창이다. 한국은 민감한 농축수산물을 개방대상에서 최대한 제외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중국은 기계류나 석유화학 제품 시장을 개방하는 데 난색을 표하고 있다. 7월 한국에서 12차 협상이 예정돼 있지만 양측 이해관계가 갈려 협상 전망이 밝지 않다.

중국은 세계 2위 무역대국이자 우리 수출의 26%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이다. FTA 체결에 따른 한·중관계나 북한 문제에 미칠 긍정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하지만 FTA는 경제 이슈다. 우리 경제에 득이냐 독이냐가 주된 판단 기준이다. 무엇보다 농가에 미칠 파장이 걱정이다. 미국·EU에 이어 한·중 FTA가 발효될 경우 농촌경제는 만신창이가 될 게 불보듯 뻔하다. 한·중 FTA 타결 이후 중국산 농축산물 수입은 100억달러 늘어나는 반면 국내 농업생산은 15% 가까이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FTA 지상주의는 경계대상이다. 장밋빛 청사진 속에 발효된 한·EU FTA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3년차인 지난해 7월~올 6월까지 무역적자만 74억달러다. 농수산물 수출은 4억달러인 반면 수입액은 9배에 달했다. 근거 없는 낙관론이 가져온 참혹한 결과다. 더구나 우리나라 주요 수출 대기업들은 대부분 중국 현지공장을 갖고 있어 한·중 FTA 효과 자체도 의문이다. FTA 협상이 정치·외교 변수에 휘둘려서는 곤란하다. 경제적 셈법을 무시한 채 시한에 쫓겨 졸속협상을 타결짓느니 차라리 판을 깨겠다는 각오가 아니라면 한·중 FTA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