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0세 이상 경제활동인구 1000만 시대의 그림자

2015.12.01 20:51 입력 2015.12.01 21:08 수정

한국의 노동인구가 갈수록 늙어가고 있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출산율은 갈수록 떨어지는 인구구조 탓이다. 1955~63년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가 모두 50대에 진입했지만 노후 대비는 미흡하다. 나이 들어도 일손을 놓을 수 없는 게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통계청 고용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3분기 경제활동인구 2716만6000명 가운데 50세 이상은 1011만명으로 사상 처음 1000만명을 넘어섰다. 경제활동인구는 만 15세 이상인 사람 가운데 취업자와 취업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실업자를 일컫는다. 10년 전 경제활동인구에서 50세 이상 비중은 4명 중 한 명꼴이었으나 지금은 37.2%로 치솟아 10명 중 4명에 육박한다. 취업자 수도 50세 이상 고령층이 39세 이하 청년층보다 많았다. 고령층 취업자 수가 청년층을 추월한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30~40대 경제활동인구 비중은 2005년 3분기 53.6%에서 46.8%로 낮아졌다. 노동인구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도 한국은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시간을 일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2013년 기준 15~64세 인구 중 일하는 사람의 비중은 73.1%로 가장 높다. OECD 회원국이 아닌 러시아와 폴란드, 슬로바키아 등도 이 비율이 70%를 넘었지만 한국보다는 낮다. 지난해 한국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OECD 국가 중 최장으로, 독일에 비해 1.6배가량 더 길다. 그럼에도 한국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독일의 80%를 겨우 넘는다.

경제활동인구가 노령화하는 것은 저출산 영향이 크다. 베이비부머 시기였던 60년 한국의 출산율은 6으로 다출산 국가에 속했고, 70년대 초반까지 4를 웃돌았다. 이후 급속히 하락해 83년 2.06으로 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출산율 2.1이 무너졌고, 2013년에는 1.19로 세계에서 아이를 가장 적게 낳는 나라가 됐다. 현재 50세 이상은 출산율이 높았던 시기에 태어났고, 70년대 중반 이후 세대는 출산율이 낮아진 만큼 젊은 인구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통계청은 한국 인구가 2030년 520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60년 4400만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마땅한 소득원이 없어 은퇴 후에도 여전히 노동시장에 머물 수밖에 없는 50대 이후 세대의 고달픈 상황도 경제활동인구를 늙어가게 한다. 한국의 베이비부머는 자녀 교육과 결혼 비용을 대느라 정작 자신의 노후자금은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 선진국은 고령층이 받는 연금이 전체 소득의 60%를 웃도는 곳이 많지만, 한국은 30%에도 미치지 못해 노후 안전판이 미흡하다.

경제활동인구의 고령화는 경제 전반에 여러 부작용을 낳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취업자 수 감소에 따라 2021~2030년 경제성장률이 2%대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하는 사람이 적어지면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전반적인 인구 감소는 소비가 줄어 기업의 생산 감소로 이어진다. 노동공급 감소는 산업구조도 변화시킨다. 노동력이 대거 투입되는 한국의 제조업과 수출 주력산업이 다른 국가로 이전될 수 있다. 연금 받는 노인은 늘어나는데 보험료 낼 젊은이가 적어지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같은 사회보장 시스템도 흔들린다.

정부가 지난 10월 내놓은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기존 정책을 적당히 손질한 ‘땜질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게다가 정책은 출산에서 보육, 교육, 고용, 세제 등을 망라하고 있어 보건복지부가 감당하기에는 벅차 보인다. 국무총리실이나 기획재정부로 컨트롤타워를 격상하고, 원점에서 현실성 있는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저출산과 고령화를 이대로 방치하면 한국은 머지않아 재앙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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