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가 불지핀 환율전쟁과 한국 경제의 불안

2017.02.01 21:13 입력 2017.02.01 21:18 수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제 중국과 일본을 콕 찍어 “환율로 장난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피터 나바로 미국 국가무역회의 의장은 “독일이 유로를 엄청나게 저평가시켜 미국을 착취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 세계를 상대로 환율전쟁을 선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이 무슨 짓을 하는지, 일본이 수년간 무슨 짓을 해왔는지 보라. 이들 국가는 시장을 조작했고 우리는 얼간이처럼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발언은 트럼프가 갖고 있는 불만의 크기를 얘기해준다. 실제 지난 2년간 미국 달러 가치는 14% 가까이 올랐지만 위안화나 엔화는 반대로 움직였다. 일자리 창출과 무역수지 개선을 강조하는 트럼프 입장에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상황일 것이다. 트럼프의 발언으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한국 원화도 요동쳤다.

직접 거론되지 않았다 해도 한국이 환율전쟁의 사정권에 포함돼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한국은 미국에 매년 200억달러 이상의 무역흑자를 올려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돼 있다. 이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으로 인한 중국의 보복성 움직임에 타격을 받고 있는 터에 환율전쟁의 파고에 휩싸일 경우 달러유출, 수출타격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모니터링 강화 운운하며 미적댈 뿐 이렇다할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외환경변화 대응책이라고는 미국산 제품을 많이 사주면서 대표단 방미 등을 통해 사정을 설명하고 선처를 바라겠다는 게 고작이다. 중국의 비관세 장벽에도 피상적인 문제 제기 외에 속수무책이다.

어제는 1월 수출이 4년 만에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자 뜬금없이 “수출구조 혁신의 성과가 가시화됐다”(산업부)며 자화자찬했다. 안팎으로 조여오는 통상·환율 전쟁의 파고를 알고나 하는 소리인지 의심스럽다. 수치가 나아졌다 해도 중간재 무역의 둔화, 중국의 산업발전에 따른 수입대체 등 수출의 구조적 문제는 여전하다.

지금은 불확실성을 넘어 트럼프의 정책방향이 구체화되는 시점이다. 일본은 트럼프발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새 통상조직을 신설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탄핵국면에서 한계는 있겠지만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에 대한 즉응태세를 갖춰야 한다. 지금과 같은 수수방관으로는 파고를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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