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형·폐간’ 겁박하며 언론 옥죄는 당정, 지금 유신 때인가

2023.09.07 20:59 입력 2023.09.07 21:00 수정

윤두현 국민의힘 미디어정책조정특위 위원장(왼쪽 세번째) 등이 7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대장동 허위 인터뷰 의혹’과 관련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 뉴스타파와 MBC 소속 기자들을 고발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윤두현 국민의힘 미디어정책조정특위 위원장(왼쪽 세번째) 등이 7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대장동 허위 인터뷰 의혹’과 관련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 뉴스타파와 MBC 소속 기자들을 고발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뉴스타파의 ‘신학림·김만배 인터뷰’를 대통령실이 허위 보도·대선 공작으로 규정한 뒤 정부 후속조치가 전방위적으로 줄을 잇고 있다. 언론 유관 부처들은 제재 작업에 착수했고,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대대적으로 꾸려 이 인터뷰와 언론매체의 인용 보도까지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여권에선 ‘사형’급이니, ‘폐간’급이니 겁박과 선동이 쏟아지고 있다. 진위·책임을 가린 수사·조사·재판도 있기 전에 가히 ‘공안 정국’이 먼저 펼쳐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7일 ‘가짜뉴스 근절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KBS·MBC·JTBC의 팩트체크 검증 시스템 실태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뉴스타파와 이 인터뷰를 인용 보도한 MBC 기자들은 국민의힘에 의해 실명으로 경찰에 고발됐다. 방통위는 전날엔 악의적 행위가 한 번이라도 적발되면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법제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방송사의 자율적인 팩트체크 시스템까지 방통위가 들여다보겠다는 것은 직권남용 시비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는 인터넷신문으로 등록된 뉴스타파의 신문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사실상 폐간까지 열어두고 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정부가 뉴스타파 인터뷰를 문제 삼아 눈엣가시 방송사나 독립탐사매체를 압박하고 나선 셈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뉴스타파 인터뷰에 대해 “사형에 처해야 할 만큼의 국가반역죄”라고 했다. 지나친 극언이다. 이 인터뷰 내용과 금품 거래 진상은 시급히 밝혀져야 한다. 하지만 대장동 일당의 종잣돈이 되고, ‘50억 클럽’ ‘법조 카르텔’ 의혹이 제기된 부산저축은행 사건 보도를 모두 ‘가짜뉴스’로 몰아세우려는 건 독단이고 온당치 않다.

대법원 판례는 언론의 허위 보도라도 진실로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언론의 자유와 역할을 폭넓게 인정하는 것이다. 언론 역시 보도의 진위 확인엔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 책임을 국민과 역사로부터 평가받고 자율·자정 능력이 늘 작동되는 영역이 언론이어야 한다. 대선 후보 의혹을 제기한 인터뷰·기사 중에 사후 거짓된 내용이 나왔다고 언론중재위나 송사도 아닌 ‘매체 폐간’부터 겁박하는 것은 언론 자유를 실질적으로 위협하고, 공익제보나 내부고발을 위축시킬 수 있다.

언론의 본분은 권력 감시인데, 그 대상인 정부가 가짜뉴스를 입맛대로 판별하려는 것은 월권·위헌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는 언론 검열과 허가제 부활로 언론을 마음대로 통제하는 나라를 꿈꾸는가. 그런 법제와 발상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정부는 언론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 헌법 정신이다. 언론을 멋대로 주무르던 유신·5공 시대로 돌아가려는 게 아니라면, 정부는 언론 자유를 위협하고 후퇴시키려는 시도를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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