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극우 정당 인사의 ‘한국판 스킨헤드’ 혐오, 철저히 수사하라

2024.03.27 18:29 입력 2024.03.27 22:16 수정

박진재 자유통일당 국회의원 후보가 지난달 4일 경북 경주의 한 도로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사적 체포는 불법’이라고 지적하는 경찰에 항의하고 있다. 박 후보 유튜브·틱톡 갈무리.

박진재 자유통일당 국회의원 후보가 지난달 4일 경북 경주의 한 도로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사적 체포는 불법’이라고 지적하는 경찰에 항의하고 있다. 박 후보 유튜브·틱톡 갈무리.

극우 성향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의 박진재 후보가 이주 노동자들을 사적으로 강제 체포 중인 사실이 알려져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27일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경북 경주경찰서와 대구 북부경찰서 등은 박 후보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불법체포하고 있다’는 고발을 다수 접수했다. 박 후보는 ‘자국민보호연대’ 회원들과 체포 과정을 찍어 유튜브와 틱톡에도 올렸다고 한다. 이들의 행보는 상식을 가진 시민이 감내할 수 없을 정도로 반사회적이라는 점에서 결코 용납되어선 안 된다.

박 후보는 회원들과 함께 전국을 돌며 이주노동자들의 거주지·사업장을 찾아가 미등록 노동자들을 경찰에 넘기고 있다. 체포 과정에서 인권침해도 심각하다. 박 후보가 올린 영상을 보면 밑도 끝도 없이 이주노동자들의 신분증을 요구하면서 뒷목이나 어깨를 누르는가 하면, 이주노동자를 바닥에 눕혀 “솔직하게 얘기하면 봐줄게”라고 압박한다. 오히려 박 후보는 “(경찰은) 우리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직접 드러낸 사적 체포 장면들은 일일이 옮길 가치조차 없을 정도로 외국인 혐오 표출이 너무 노골적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민간인이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것은 불법 체포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 경찰이 철저히 수사해 엄벌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은 국내에서도 불쑥불쑥 움트는 외국인 혐오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이들에 대한 차별·반감은 정부의 반인권적인 정책에 무럭무럭 자랐을 터이다. 미등록 외국인 엄정대응 방침에 따라 토끼몰이식 현장 단속이 벌어졌고, 곳곳에서 국제 문제가 될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했다. 이들에 대한 혐오·차별적 시선은 다시 차별적인 정책으로 악순환되고 있다.

극우 정당 인사의 미등록 노동자 사적 체포는 저소득 국가 이주민에게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인종차별에 가깝다. 간토대지진 때 일본에서 자경단 중심으로 자행된 조선인 학살의 폭력 구조와 흡사해서 섬찟하기까지 하다. 이 역시 우리가 그간 저지른 차별·착취에 대한 공포의 반영이 아닐지, 우리 내부의 편견을 돌아봐야 한다. 이주민 관련 법규·제도를 개선하는 데 미흡한 정부 책임도 크다. 유엔의 지속적인 ‘사회권 확장’ 권고에도 한국 사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하루빨리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누구라도 인권 침해와 차별은 없고, 혐오 세력이 폭주할 수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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