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정당 만들기가 먼저다

2014.11.16 20:46 입력 2014.11.16 20:56 수정
박상훈 | 정치발전소 학교장

정당을 개혁하고 혁신하자는 것은 궁극적으로 제대로 된 정당을 만드는 데 그 의의가 있다 할 것이다. 중산층과 다수 서민을 위한 정치에 헌신하는 강한 정당, 정부를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실력 있는 정당, 일상의 시민 삶을 보호하는 생활 지킴이 정당, 당직자들의 얼굴에서 열정과 자부심이 느껴질 정도로 잘 조직된 정당, 당원과 지지자들이 함께 참여하면서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길 만한 정당이 되고 안 되고의 문제는 너무나 중요하다. 그런데 이런 일에 야당 스스로가 관심이 없다. 그저 차기 대권과 재선을 위한 수단으로써 정당을 보는, 일종의 ‘도구화된 정당관’이 그들의 생각을 지배할 뿐이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오픈프라이머리니 네트워크정당이니 하면서, 당직과 공직 후보 선출 방식을 둘러싼 논쟁으로 일관할 수 있을까.

[정동칼럼]좋은 정당 만들기가 먼저다

온라인이든 인터넷이든 새로운 기술 환경에 적응하고 개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자. 그런 주장이 진심이라면 자신의 당 사이트에 들어가 본 적이 있는지부터 묻고 싶다. 주요 시·도지부 당 사이트는 더 가관이다. 지금 있는 것도 제대로 못하는 게 문제인데, 무슨 네트워크정당을 말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더 실감난 경험을 하려면 직접 당원 가입을 시도해보라. 내가 아는 한 지인은 진땀을 뺐단다. 무슨 의도로 당원에 가입하려는지 의아해하는 통에 가입하겠다고 나선 자신이 당황했단다. 또 다른 지인은 탈당 신청을 했지만, 절차를 제대로 밟아주지 않아 수도 없이 전화를 해야 했단다. 오랫동안 당직 생활을 해 온 한 사람은 당내의 수많은 기구 가운데 작동되는 것은 지극히 소수라고 말한다. 청년위원회 활동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당의 무관심 때문에 답답해했다. 당사가 어딘지도 모르는 의원이 수두룩하다.

차기 대권을 위해 뛰는 사람과 그 주변의 행태가 이상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좋은 정당 만들고, 당내 다양한 계파들 사이에 좋은 경쟁과 협력의 체계를 이끌어내고, 정당 구성원들에게 자부심과 보람을 갖게 하고, 정치에너지를 최대화해서 사회를 좋게 만드는 것에 자신을 걸겠다는 정치인을 볼 수 없게 된 지는 오래다. 심심하면 온라인정당이다, 인터넷정당이다, 시민정치다 등등 뭔가 좋은 느낌의 구호를 여론시장을 향해 쏟아낼 뿐 정작 당내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은 하지 않는다. 대통령에게는 소통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당 안에서는 계파 간 소통도 공동의 의지를 모으려는 노력도 없다. 그저 당 밖에 대고 자신의 진정성만 외쳐대는, 참으로 이상하고 기괴한 정치만 한다.

대권 주자 주변의 참모들은 한결같이 당에 가까이 가는 일은 정치적 상처만 입을 뿐이니 당과는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좋은 이미지를 늘려가야 한다는 조언을 한다. 이런 습속만큼 정치를 나쁘게 하는 것은 없다고 본다. 정당이 가진 정치 자산을 사적인 목적에 전용하는 집단을 도당(徒黨)이라 부르는데, 이들이 대권에만 열정을 갖는 정치를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대통령권력이 정치인 개인과 그의 계파가 배타적으로 품는 야심이 되는 한, 그들이 성공한다 한들 그건 민주주의에 독이자 해악이 될 수밖에 없다.

소셜네트워크든 뭐든 소통 기술상의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좋으나, 정당이 단단하게 응집되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아무리 개방적이 되려 하고 시민 친화적이 되겠다고 해도 성과는 나지 않는다. 함께 땀 흘려 노력하는 실체적 협동을 경시하고 온라인에 과도하게 의존한다면, 아무리 자신을 연호하는 추종자가 가상 세계에 넘쳐나도 그것으로 정치는 절대 좋아지지 않는다. 언론과 세칭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정당을 싫어한다고 말하는데, 그것만큼 경박한 해석은 없다고 본다. 사람들은 지금과 같은 정치를 하는 정당들에 실망하고 비판하는 것이지, 그들이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제대로 된 좋은 정당이다. 제도화된 여론시장이나 가상여론의 세계 속에서 자기과시나 자기 홍보에만 몰두하는 일을 절제하고, 좋은 정당을 만드는 일에 정치가로서의 소명을 다해주었으면 한다. 자신의 정당을 정당답게 만드는 일에서 승부를 보려는 정치가만이 대선에서도 멋진 승부를 보여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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