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메모]대우차 채권단의 ‘오산’

2000.10.01 18:54

“역사는 두번 반복된다. 한번은 비극으로, 한번은 희극으로”. 근대 독일의 한 철학자가 프랑스의 나폴레옹 3세가 쿠데타로 장기집권을 꾀하는 모습을 보며 앞서 그의 삼촌인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이 같은 식으로 권좌에 올랐던 것을 비꼰 말이다.

대우자동차 채권단은 이 교훈을 곱씹어 봐야 한다. 부실덩어리 대우차를 안이하게 매각하려다 포드로부터 퇴짜를 맞은 채권단은 현재 추진중인 재매각에서도 밝은 전망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첫번째 시도가 국내 주가를 연중 최저치로 떨어뜨리는 등 비극을 초래했다면 두번째 시도는 혹시 있을지 모르는 실패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우왕좌왕하는 희극을 연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매각 시한을 성급하게 한달로 잡은 것부터가 문제였다. 당시 한달내 매각은 불가능하다는 여론이 높았지만 채권단 관계자는 “10일 내에 입찰제안서를 보내 10월2∼3일중 인수자를 선정한 뒤 20일에는 (가)계약을 마치겠다”고 호언했다. 하지만 10월에 들어선 현재 채권단은 입찰제안서조차 보내지 못하고 있다. 결국 포드와의 협상 실패에 대한 비난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무리하게 시한을 당겨 잡았음이 분명해지고 있다.

포드가 포기한 대우차를 ‘선인수 후정산’ 방식으로 한달 만에 GM에 떠넘기겠다는 채권단의 계획은 애초 엄청난 오산이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채권단은 여전히 본래의 재매각 원칙에서 벗어난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오는 20일은 계약체결이 아니라 인수 희망자를 선정하는 시한이라고 한발 물러서고 있다.

원칙을 바꾸고 매각이 연기되면 채권단은 재정적 부담과 함께 여론의 비판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한순간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경제의 사활이 걸린 대우차 처리를 성공적으로 이뤄내는 것이다. 채권단에는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냉정히 판단할 수 있는 ‘분별력’이 더 필요한 것 같다.

〈김준기기자·경제부〉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