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메모]‘공기업 감사’느슨한 사후관리

2001.05.01 18:36

지난달 29일 발표된 지방공기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는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우리의 감사 관행을 보여준다.

감사원은 이날 감사대상인 전국 자치단체 산하 178개 지방 공기업 가운데 경북 청도지역개발공사를 비롯한 27곳이 폐지, 청산, 통·폐합을 해야 할 정도로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지방공기업이 해당 지자체의 발전보다는 퇴직공무원들의 자리마련을 위해 설립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을 정도다.

지방공기업의 방만한 경영 책임은 일차적으로는 해당 자치단체장에게 있다. 지방공기업의 무분별한 경영 방식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똑같은 내용의 감사가 되풀이되고 있음에도 지적사항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예컨대 감사원은 지난 98년에도 지방공기업을 감사한 뒤 청도지역개발공사에 대해 청산 등 정리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해당 기관에 통보한 바 있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이 지나서도 청도지역개발공사는 버젓이 운영됐고, 똑같은 청산 권고를 받았다. 서울지하철공사교육원과 도시철도공사연수원도 98년 감사에서 유사 기관 중복 운영으로 통·폐합 필요성이 있는 곳으로 지적됐지만 지금껏 아무런 개선 노력도 보이지 않고 있다.

98년 감사 후 감사원과 해당기관들이 사후 관리를 철저히 했더라면 지방공기업 경영이 조금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감사원이 한 해에 수천건의 감사를 하는데만도 힘에 부칠 만큼 인력난을 겪고 있는 처지를 모르쇠 하자는 건 아니다.

하지만 힘들게 감사를 해놓고 몇년만에 똑같은 지적사항을 되풀이하는 감사는 공연한 인력·예산낭비일 뿐이다. 비뚤어진 것을 바로잡지 못하는 감사 관행을 바꾸기 위해선 감사원은 물론 다른 정부 부처도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병태기자·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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