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메모]검찰의 정치적 중립

2002.12.01 19:06

검사들은 요즘 선거의 계절이 다가왔음을 실감한다. 정체불명의 ‘정치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문 채 검찰로 밀려들고 있다.

현재 수사가 진행중인 굵직굵직한 ‘정치사건’만 해도 10건이 넘는다. 선거판의 가장 큰 이슈인 국가정보원의 도청 의혹 사건, 현대상선의 ‘4천억원 대북지원설’ 등이 대표적이다. 또 이회창 후보의 2만달러 수수설 및 ‘병풍’ 관련 의혹도 마침표가 찍히지는 않았다.

한결같이 대선 판도를 판가름할 만한 사건이지만 어디에도 대선 전에 결말이 나리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많은 것 같지 않다. 검찰도 대선 전에 ‘실체적 진실’을 가리겠다며 발벗고 나서는 모양새는 아니다. 그 파장이 만만찮은 데다 수사 결과에 따라 검찰이 정치권 공방 속에 허우적거릴 게 뻔하기 때문이다. 검찰의 한 중견 간부는 “굳이 ‘정치검찰’이라는 비난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검찰이 대선 전에 정치사건에 발을 들여놓는 것은 스스로 ‘묘혈’을 파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그런 가운데 정치권은 검찰의 독립을 힘줘 말한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현 검찰총장의 임기 보장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고, 나머지 정당이나 후보들도 이의가 없다. 속내야 어떻든 이번 기회에 다시는 ‘정치검찰’이라는 단어가 없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검찰이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려면 정치권이 거창한 구호나 공약을 내놓기보다 ‘한건주의’식 폭로를 줄이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설(說)이 설을 낳고 고발이 맞고발을 양산하는 정치권의 고질이 검찰에 ‘정치적 고민’을 안겨 준다는 것이다.

분명히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러나 검찰은 정치권의 ‘각성’을 기다리기보다는 폭로의 진실을 가려내 그 책임을 엄정하게 물어, 이같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는 게 더 검찰답고 바른 길이다. 검찰의 독립은 외부의 힘이 아닌 스스로 이뤄냈을 때 더욱 가치 있는 것이 아닌가.

〈박문규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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