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메모]검찰은 동네북?

2003.01.02 18:47

“검찰이 무슨 동네북이냐”

얼마전 사석에서 만난 한 검사가 노무현 후보의 당선 이후 논의되고 있는 검찰개혁을 두고 내뱉은 말이다. 비단 이 검사 개인만의 특별한 심경이 아닌, 거의 모든 검사들이 느끼는 감정인 듯하다.

사실 언론에선 노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난달 19일 이후부터 하루가 멀다하고 검찰개혁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국민의 정부’ 초기에도 논란이 됐던 경찰수사권 독립 문제를 필두로 해서 특검제 상설화,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등이 그것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검찰개혁 방안을 보면 검찰의 심경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개혁안이라는 것들이 하나같이 검찰의 고유 기능을 일정 부분 빼앗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며칠 전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기소독점제 폐지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자 검찰이 발칵 뒤집혔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애써 무시하면서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는 게 일선 검사들의 반응이다. 기소독점주의란 범죄 혐의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권한을 검사만이 갖도록 하는 것으로 검찰의 존립근거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한 부장검사는 “최근 검찰개혁 논의를 보면 마치 검찰이 우리 사회 ‘부패의 온상’인 양 취급되고 있다”며 “‘정치검찰’이라는 비판은 감수할 수 있어도 부패집단으로 묘사되는 것은 불쾌하다”고 말했다.

검사들의 기분이야 모를 리 없고 불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인수위가 채 뜨기도 전에 검찰개혁이 주요한 화두로 떠오른 데 대해 불만을 터뜨리기전에 ‘왜 그럴까’를 먼저 생각해보는 게 순서가 아닐까 싶다.

정치권이 자발적 개혁에 나선 것처럼 검찰도 외부에 의한 개혁이 아니라 주체적 개혁을 먼저 선언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모름지기 우문에 대한 현답은 자기 속에 있는 게 아닌가.

〈김형기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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