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옛 일본군’. 일본 신문들은 1일 이런 기사를 일제히 내보냈다. 그동안 일본을 들끓게 했던 옛 일본군 생존 얘기가 사실상 ‘희대의 해프닝’으로 끝나면서 이를 되짚어 보는 일종의 고해성사다.
일본 신문들이 전하는 전말은 이렇다. 지난해 8월 재일 필리핀전우회에 옛 일본군으로 보이는 남성 2명이 생존해 있다는 정보가 날아들었다. 전우회는 이들의 이름이 참전자 명부에 기재돼 있는 것을 밝혀내고 올초 정부에 조사를 요청했다. 일부 언론은 이 과정에서 독자적인 취재에 들어갔다.
수면 밑에 있던 이 얘기는 지난달 26일 중재인을 자처하는 남성이 주필리핀 일본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생존자와의 면담을 약속하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정부가 움직였고, 동시에 기자 100여명이 현지에 날아갔다. 금방이라도 옛 일본군 2명이 생환될 분위기였다.
그러나 상황은 반전됐다. 중재인은 ‘통행료’ 운운하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급기야 일본정부 관계자에게 “그들을 만나봤으나 부모 이름은 물론 일본어도 몰랐다.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후 추가 확인 작업을 포기하고 결국 31일 철수했다.
산케이신문은 이날 “정보와 사실의 구별이 이뤄지지 않았다. 일련의 보도가 가족이나 관계자에게 큰 심리적 부담을 끼친 점을 반성한다”고 말했다. 각 언론사들은 얘기가 확대된 것과 관련해 정부가 나서고 이름이 거론되는 구체성, 전후 60년이라는 시점, 1974년 생환한 옛 일본군 오노다 히로 등에 대한 향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브로커에 휘둘려 일본 전체가 들썩거린 이번 대소동에서 일본의 과거 회귀 성향을 감지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박용채 도쿄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