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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 '몸은 시청에, 마음은 여의도에'

2021.07.26 16:59 입력 2021.07.26 23:03 수정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6일 오후 서울시청을 방문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6일 오후 서울시청을 방문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오세훈 서울시장이 자꾸 들썩이고 있다. 몸은 서울시청에 있는데, 마음은 여의도에 가있는 것처럼 보인다. 적어도 기자의 눈에는 그렇다. 지난 6월 말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현실로 나타난 이후 오 시장의 행보를 돌이켜 보면, 이런 심증을 갖는 게 그리 무리하지도 않다.

오 시장은 최근 보수야권 대선 후보들의 ‘순례 정치’를 마다하지 않는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마치 성지순례 하듯 서울시청을 다녀갔다. 물론 10년 만에 탈환한 서울시장직이 야권에 어떤 의미인지 모르지 않는다. 야권에서 ‘오세훈’은 부활과 재기의 상징이다. 정권 교체의 꿈을 불어넣기에는 서울시청만한 곳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지금 서울시청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4차 대유행에 맞서는 ‘사령부’란 점이다. 오 시장은 서울의 방역을 최종 책임지는 ‘사령관’이다. 최 전 원장이 다녀간 지난 19일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일주일 하루 평균 확진자 수가 519명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이 다녀간 26일엔 484명이라고 했다. 같은 시각, 광화문광장에서는 ‘세월호 기억공간’을 지키려는 희생자 유족과 시민단체가 농성하며 물었다. “시장은 어디에 있는가?”

절정은 25일이었다. 윤 전 총장 측은 오후 7시40분 오 시장과 윤 전 총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3자 번개 회동’을 예고했다. 장소는 뚝섬유원지 자벌레. 그 근처 광진구에 오 시장 자택이 있다. 어느 기자가 물었다. “이 시국에 3인 이상 모임을 추진한 배경이 무엇이냐”. 10분 만에 모임이 취소됐다. 하마터면 서울시 방역 총책임자가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모임을 갖는 풍경을 볼 뻔했다.

[기자메모]오세훈 시장 '몸은 시청에, 마음은 여의도에'

시간을 더 되돌려 보면, 지난 4일 이미 오 시장을 향해 “정치평론보다 시정에 좀 더 집중해주시길 바란다”(서울시의회 의장)는 비판이 나왔다. 오 시장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미 점령군’ 발언을 비판하는 글을 2~3일 이틀 연속 소셜미디어에 게시했을 때다. 2일 서울시는 6월29일부터 서울 하루 확진자 수가 300명대로 치솟자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시장은 30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쓰는 것으로 안다. 대선 후보들과 만난 시간도 각각 30분 안팎이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서울시장의 모든 족적을 30분마다 공개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공개된 30분짜리 일정 몇개가 모여 시장의 메시지가 된다. 4차 대유행 속에 오 시장의 30분은 빠짐없이 적절하게 쓰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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