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미래

2015.02.22 20:32 입력 2015.02.22 20:39 수정

미국 프로야구 시카고 컵스는 100년 넘게 우승을 못 해본 구단으로 유명하다. 1908년에 마지막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이후 지금껏 챔피언에 오르지 못했다. 1908년은 조선의 마지막 왕인 순종 2년 때다.

[아침을 열며]뉴스의 미래

우승에 한 맺힌 컵스 팬들이 올해 챔피언 꿈에 부풀어 있다. 타임머신 자동차를 타고 날아간 2015년 10월21일을 그린 1989년작 영화 <백투더퓨처 2>에서 컵스가 107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뉴스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이외에도 수많은 2015년의 일상 장면을 담고 있어 올해 초에 새삼 주목을 받았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 생체 인식 시스템, 3D 홀로그램 영상, 대형 벽면 TV, 화상 전화, 자동 주유 로봇, 자동 끈 묶음 운동화, 가상현실 안경 등이 나오는데 그중 실현된 것과 아닌 것을 가려보는 분석이 잇따랐다.

영화와 현실을 비교한 결과 상용화되지 않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기술이 실현된 것으로 나타났다.

벽걸이 TV와 태블릿 PC는 흔해졌고 지문 인식 기기와 로봇형 가전제품도 낯설지 않다. 영국 신문 가디언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아들 맥스가 감독한 영화 <조스 19>는 나오지 않았지만, 3D 영상은 지금 어디서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만년 하위팀 시카고 컵스의 우승만큼이나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여긴, 영화 제작자 말마따나 ‘재미 삼아’ 내놓은 근 30년 후의 미래상이 예언처럼 맞아떨어졌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미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영국 BBC가 최근 ‘뉴스의 미래(Future of News)’라는 보고서를 발간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28일 온라인을 통해 발표된 이 디지털 보고서는 10년 후의 시점을 내다보고 있다.

웹 문서와 함께 동영상·오디오를 곁들여 선보인 보고서는 기술·사람·스토리 등 3가지 요소의 변화상을 토대로 뉴스의 미래를 살펴본다.

먼저 기술의 변화는 사람, 기기와 시스템을 유·무선으로 잇는 인터넷 연결이 갈수록 빠르고 값싸게 널리 퍼져나간다는 것이다. 사물 인터넷(IoT)이 급속도로 확산한다는 얘기다. 휼렛패커드는 2015년 72억명인 세계 인구가 2025년 81억명으로 늘어나는 데 비해 인터넷 연결 기기 수는 2015년 250억대에서 2025년에는 1조대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막대한 양의 디지털 정보가 생산되는 것은 물론이다.

BBC는 이 같은 기술 혁신으로 인해 콘텐츠가 도처에 널리게 되고,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처럼 작지만 강력한 기기로 더욱 손쉽게 소비될 수 있다고 봤다. 뉴스의 생산·유통·소비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에 플랫폼·기기에 따라 사용자별로 맞춤형 뉴스를 전달하는 방식도 필요하다고 했다.

사람들도 변한다. 요즘 사람들은 모바일 폰으로 개인 금융 일을 보고 웨어러블 기기로 건강을 검진할 수 있다. 개인별 스마트 기기에 매달리는 시간이 점점 늘어난다. 그런 사람들이 미디어에 요구하는 서비스가 무엇일지 생각해봐야 한다. BBC는 ‘지역(local) 뉴스’를 첫번째 답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조사에서 영국 성인의 50% 이상이 지역 뉴스에 관심이 많다고 응답한 터라 ‘우리 동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를 소상히 알려줄 수 있도록 지역 뉴스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갈등 양상이 심화되는 등 국제정세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국제 시민 입장의 글로벌 뉴스의 중요성도 빼놓지 않았다.

기술 발전과 독자 성향 변화에 따라 뉴스 스토리를 찾아내고 기술하고 배포하는 방식도 달라진다고 했다. 예컨대 독자 참여 또는 협업 저널리즘, 데이터 저널리즘, 로봇 저널리즘, 드론 저널리즘 등 새로운 포맷이 이미 등장했다. 또 최근의 인구통계학적·기술적 변화에 따라 건강, 기술과 프라이버시, 국제 갈등 등이 향후 새로운 얘깃거리가 나올 만한 분야로 예시됐다.

그런데 BBC는 발생 사건을 보도하고, 독창적인 이야기를 발굴하고, 어려운 주제를 일반 독자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저널리즘의 중심은 향후 10년 동안에도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기술 발달과 함께 사람들의 성향과 뉴스의 형식이 달라져도 정확하고 공정하며 다양한 여론을 반영해 공신력을 유지하는 저널리즘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진다고 덧붙였다.

결국 BBC가 말한 ‘미래의 뉴스’는 SF영화에나 나올 상상 초월의 물건이 아니었다. 독자가 궁금해하는 정확하고 알기 쉬운 이야기. 지금도, 미래에도 독자가 원하는 뉴스의 본질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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