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믿으시나요”

2016.08.07 20:58 입력 2016.08.07 20:59 수정

디지털 미디어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는데, 한국은 과연 어디쯤 와 있는 걸까. 이 문제의 답을 찾아볼 만한 보고서가 최근 눈에 띄었다.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6>이다. 세계 각국의 디지털 미디어 이용 현황 등을 설문조사해 2012년부터 해마다 발간한 이 보고서에 올해부터 한국이 포함돼 비교와 상대 평가가 가능해졌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파트너로 참여해 한국어판 보고서를 냈다. 올해 조사 대상국은 총 26개국인데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국이 20곳이고 이외에 한국·일본·호주·미국·캐나다·브라질이 들어 있다.

[아침을 열며]“뉴스를 믿으시나요”

보고서를 보니 몇몇 지표에서 한국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의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간 익히 추정했던 내용이 구체적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첫째, 한국은 신문·방송보다 온라인으로 뉴스를 보는 사람이 더 많다. 전통 플랫폼보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뉴스를 주로 이용하는 비율이 높은 나라가 26개국 중 6개국뿐이었는데 그중 한국이 5위였다. 둘째, 온라인 뉴스를 스마트폰으로 보는 사람 비율은 한국(48%)이 1위였다. 한국과 스웨덴·스위스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서는 스마트폰보다 PC로 뉴스를 접하는 이들이 더 많았다. 셋째, 한국은 포털이나 검색 사이트를 통한 뉴스 이용자 비율이 매우 높다. 포털을 뉴스 보기의 출발점으로 삼는다는 응답자가 60%로 26개국 중 3위였고, 언론사 사이트나 전용 앱으로 시작한다는 응답은 13%로 최하위권인 25위였다.

이 조사 결과는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을 들고 주로 포털 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살펴보는 이들이 많은 한국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면 한국인들은 모바일로, 포털로 어떤 뉴스를 즐겨보고 있을까. 이번 조사에서 한국의 뉴스 이용자들은 정치·국제·지역 뉴스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고 생활·문화·연예 뉴스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뉴스에 관심이 많다는 응답은 26개국 전체 합산 수치가 63%였으나 한국은 35%에 불과했다. 또 국제·정치 뉴스 관심도 전체 합산치는 각각 51%, 47%인 데 비해 한국 응답자는 34%씩에 그쳤다. 보고서는 ‘경성 뉴스’(국제·정치·경제·교육 등)와 ‘연성 뉴스’(라이프스타일·스포츠·연예 등)에 대한 각국의 관심도도 비교·분석했는데, 한국은 말랑말랑한 연성 뉴스 관심도가 전체 2위로 높았고 딱딱한 경성 뉴스 관심도는 25위로 끝에서 두 번째였다.

이와 함께 지난 한 해 동안 뉴스를 유료 구매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한 한국의 응답자는 6%에 불과해 26개국 중 최하위였다. 노르웨이가 27%로 가장 많았고, 나머지는 모두 20% 이하로 집계돼 뉴스 유료화는 여전히 쉽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주로 모바일로, 포털로, 말랑말랑한 뉴스 위주로, 공짜로 온라인 뉴스를 즐겨보는 한국 독자들은 뉴스를 얼마나 신뢰하고 있을까. “대부분의 뉴스를 거의 항상 신뢰할 수 있다”는 문항에 대한 응답을 5점 척도로 매겨본 결과 한국은 2.86점으로 하위권인 23위였다. 핀란드(3.57점), 캐나다(3.41점), 독일(3.32점)이 상위권이었다.

더 눈에 띄는 대목은 세대별 뉴스 신뢰도 차이였다. 대다수 나라에서 35세 미만 밀레니엄 세대의 뉴스 신뢰도가 35세 이상 그룹보다 낮았는데 한국은 그런 경향이 매우 두드러졌다. 한국의 밀레니엄 세대는 10%만이 위의 질문에 “찬성”을 표해 35세 이상(28%)과 격차가 무척 컸다. 미국은 32~34%, 영국은 42~52%였다. 한국의 젊은 세대는 대부분 뉴스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질문 문항 한 개만으로 뉴스와 언론의 신뢰도를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의 온라인 독자들이 대개는 “믿을 만한 뉴스를 보고 있나”라는 자문에 “그저 그렇다”거나 “별로”라고 하는 정도인 점은 유추할 수 있다. 독자들이 포털을 통해 연성 뉴스를 즐겨보기 때문에 뉴스 신뢰도가 낮다는 식으로 단정해 버리는 것도 무리다. 독자의 시선을 끄는 뉴스를 부각하는 포털과 그 뉴스를 가볍게 소비하는 독자 행태를 탓하는 데 그쳐선 안되기 때문이다. 외부 요인을 탓하기에 앞서, 뉴스 신뢰도가 낮은 원인을 언론 스스로 찾고 바꾸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다. 뉴스와 언론의 신뢰도를 높이는 과제 해결에는 포털과 독자가 아니라 언론이 앞장서야 한다.

로이터연구소가 내년에 낼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7>에는 한국 온라인 뉴스 시장의 변화가 나타났으면 한다. 독자들이 언론사가 공들여 취재한 고품질 뉴스를 즐겨보며 적극 소통하는 행태로 바뀌었으면 한다. 그러려면 한국 언론이 할 일이 참 많다. 워싱턴포스트가 리우 올림픽에 로봇 기자를 투입한 것을 따라하기보다 중하게 여길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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