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은 어쩌다가, 황교안은 어쩌다가

2019.07.21 20:41 입력 2019.07.21 20:56 수정

[아침을 열며]한국당은 어쩌다가, 황교안은 어쩌다가

자유한국당에 대한 비판은 되도록 피하려 했다. 한국당 앞날을 마음속으로 응원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감옥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안쓰러워서 그랬던 것은 더더욱 아니다. 국정농단을 저질러 몰락하고도 반성은커녕 퇴행만 거듭하는 한국당을 구구절절 비판하는 자체가 낭비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근의 몇몇 비정상적인 장면들을 보면서 이번에는 한국당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아침을 열며]한국당은 어쩌다가, 황교안은 어쩌다가

무엇보다 한국당 막말은 듣기 괴롭다. 이제서야 돌아보면 홍준표 전 대표의 막말은 일종의 ‘자해개그’ 같았다. 여권보다 오히려 당내 반대자들을 겨눴던 그의 언어들은 지나치게 걸쭉했지만, 아주 가끔 ‘피식’ 하는 웃음을 줬다. 그런데 지금 한국당에서 나오는 막말들은 그냥 공해 수준이다. 5·18 민주화운동, 세월호 참사 등 우리 사회 상처로 남은 사건들을 정치적 의도로 헤집고, 모욕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듣는 사람이 불편하다면 그건 소음 공해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두 사건 모두 한국당 집권 때 벌어진 일 아닌가.

자정 기능도 없다. 막말 전력자가 2명이나 있는 지도부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종북좌파들이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했던 김순례 의원은 22일 드디어 최고위에 복귀해 마이크를 잡고 소회를 밝힐 것이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지난 15일 최고위에서 인터넷 댓글을 인용한다면서 “세월호 한 척 갖고 이긴 문재인 대통령이 (이순신보다) 낫다더라”라고 했고, 17일엔 “세월호라는 단어만 들어가기만 하면 막말인가”라고 했다. 두 사람은 최고위에서 한 테이블에 앉게 된다. 이 장면이 언론에 공개되는 것만으로도 막말당 이미지는 더 굳어질 것이다.

지나친 피해의식으로 판단력은 흐려졌다. 막말만 비판하면 ‘좌파언론’ ‘관제언론’이라고 한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6월27일 “언론이 좌파에 장악되어 있다. 우리가 실수하면 크게 보도가 된다”고 했다. 당 미디어국은 정 최고위원 발언 논란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막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한국당의 입장”이라며 “관련 보도 30여건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반론보도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이 막말이 아니라고 규정하면 그대로 받아쓰라는 말인가. 그러나 한국당 막말은 보수신문들도 비판한다. 한국당이 여권일 때 어떤 언론환경을 누렸는지도 되돌아보길 권한다. 보수언론에 종편을 안기고, 공중파 장악을 시도했지만 결국 심판받지 않았나. 정말 좌파언론의 왜곡이 심각하다면 여론이 알아서 거를 것이다.

결국 이 모든 문제는 황 대표 리더십이 작동하지 않는 데서 벌어지는 일이다. 황 대표는 지난 6월5일 “국민 마음에 상처 주고 국민 신뢰를 떨어뜨리는 언행이 나온다면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지만 6월11일 “아무거나 막말이라고 말하는 그 말이 바로 막말”이라고 태도를 바꿨다. 며칠 만에 막말에 대한 철학이 바뀐 것인지 아니면 태극기세력 반발을 염두에 둔 것인지 알 수 없다. 여하튼 막말의 둑은 이 때 터진 것으로 봐야 한다.

지도자급 정치인이라면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하지만 황 대표는 어물쩍 넘기려고만 한다. 아들 스펙에 대한 거짓말을 두고 “어떤 취지로 말했는지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했고, “외국인에게 똑같이 임금수준을 유지해줘야 한다는 건 공정하지 않다”는 발언으로 차별·혐오 논란이 일자, 취지에 대한 해명 없이 “정말 터무니없는 비난”이라고만 했다. 막말에 대한 최근 답변은 “그 말 그대로 이해해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지난 12일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회식은 상징적이다. 황 대표는 50분간 달게 졸았다. 얼마나 피곤했길래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된 행사에서 외교적 결례까지 무릅썼을까. 그런데 이 졸음에 한국당 현실이 투영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을 일으켜 세우겠다는 결기가 충만했었다면 그는 내리누르는 눈꺼풀에 굴복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웰빙당 한국당의 DNA가 그의 몸속에 새겨진 것은 아닐까.

한국당은 틈만 나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떠든다. 실제 일본의 무역보복, 미·중 무역전쟁, 경제난 등 문재인 정부가 처한 어려움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부 대응에 문제가 없는지 분명하게 점검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의 한국당을 대안세력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회의적이다. 한국당이 던지는 비판들은 아무 말 잔치로 치부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당의 비상식적 행태를 볼 때마다 혼잣말을 하게 된다. “쯧쯧, 어쩌다가.” 막말로 들리는가. 막말이 아니라는 것이 나의 공식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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