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시대 외압설 진위규명을

2005.03.01 17:56

지난해 7월5일부터 100부작 예정으로 방송됐던 MBC ‘영웅시대’가 3월1일로 조기종영됐다. 저조한 시청률(광고 판매), ‘제5공화국’의 내용과 중복된다는 여러 가지 이유로 조기종영이 결정된 것이다.

그런데 2월28일 경향신문에 ‘영웅시대 경고성 전화 받았다’는 ‘영웅시대’의 작가 인터뷰가 게재됐다. 새로운 게 있을까해서 읽어 보았으나 이미 작가가 중앙일보 등과의 인터뷰에서 거론한 외압설이 다시 한번 반복됐다. 기대와 달리 작가는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에 전화로 외압을 가했다는 여권 고위인사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인터뷰에 따르면, 작가는 조기종영의 원인이 외압을 포함한 복합적인 것이라는 유보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영웅시대’가 시작되기도 전에 여권 고위인사가 작가와 MBC 등에 외압을 가하고 결과적으로 조기종영되도록 했다면 그것은 시대착오적이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외압설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해 외압의 주체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인터뷰에서는 이미 작가가 밝힌 내용보다 더 진전된 게 보이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러한 외압설 때문에 ‘영웅시대’에 대해 심각하게 제기된 근·현대사 왜곡과 인물 미화 등의 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더욱 아쉽다고 할 수밖에 없다.

3월1일 사설 ‘외압설 속 종영되는 영웅시대’는 ‘영웅시대’의 근·현대사 왜곡과 인물 미화 등의 문제보다 외압설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사설도 앞선 인터뷰 기사를 바탕으로 작가가 주장한 외압설이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실, 이 외압설은 작가가 일부 신문을 통해 제기한 뒤에 국무총리까지 무관함을 답변해야 할 정도로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었지만 그 실체적 진실은 전혀 밝혀진 게 없다. 그래서 작가와 MBC가 적극적으로 외압의 실체를 밝혀야 근·현대사 왜곡과 인물 미화 등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수 있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설은 앞의 인터뷰 기사와 마찬가지로 외압설의 실체적 사실에 대한 추적 의지는 보이지 않고 정치권, 일부 신문과 마찬가지로 외압설을 크게 부각시키는 동시에, 역사왜곡과 정치적 편향의 문제는 시청자에게 맡기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근·현대사를 다루는 드라마의 영향력이나 시청자가 대안적 해석이 가능할지를 고려하면 문제점도 안고 있는 것이다.

‘영웅시대’ 외압설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해 작가와 MBC가 받은 외압을 밝혀내지 못하고 뒤늦게 같은 내용을 되풀이한다는 것은 만족스러운 게 아니다. ‘영웅시대’나 MBC에 대한 외압설이 드라마의 내용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보다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고 그래서 외압설의 실체적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외압설만 중계보도한다면 그것은 진실규명이라는 언론의 첫째 사명을 포기한 것일 수 있다.

최근 경향신문은 정부 인사 등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비판해 정략적으로 정부를 비판하는 일부 신문과는 다르게 권력감시자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것은 ‘설’ 등이 아니라 ‘사실’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설득력을 얻었다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영웅시대’ 외압설을 사설 등에서 제기했다면 그 진실규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용성 한서대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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